삼성 공화국은 막을 내렸나?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부도덕한 밀착.”

‘삼성 뇌물 사건’의 1심 재판부는 사건의 본질을 이렇게 압축했다. 삼성은 한국 사회에서 오랫동안 자본권력의 상징처럼 군림해왔다. 자본권력의 힘이 지나치게 비대해지다 보니 사회의 정상적 견제에서 벗어나 민주공화국의 정체성까지 훼손하는 것을 우려하는, 이른바 ‘삼성공화국’ 논란을 야기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도 삼성공화국의 연장선에서 바라볼 수 있다. 삼성물산 합병이 시장 원리에 어긋나는데도 거의 모든 증권사들이 찬성보고서를 냈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자금에 수천억원의 손실이 나는데도 찬성표를 던졌다. 사실상 삼성의 ‘나팔수’ 노릇을 자임하고 나선 언론도 빼놓을 수 없다. 심지어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조차 무력화됐다. 과연 삼성이 아닌 다른 재벌이라면 이런 일들이 가능했을까?

삼성 뇌물 사건의 유죄 판결로 삼성공화국은 이제 끝났을까? 삼성공화국이 막을 내리려면 삼성이 먼저 변화의 노력을 보여야 한다. 하지만 이 부회장 등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며 즉시 항소했다. 문재인 정부도 아직까지는 진상 파악에 적극적으로 나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출처: 한겨레 (2017.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