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친박 몰락한 이유

김부겸의 5년간 바닥 뒤집기…대구에서 친박 몰락의 진짜 이유

등록 :2016-04-14 22:15수정 :2016-04-15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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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동안 대구를 주름잡던 ‘친박’이 4·13 총선에서 몰락했다. 친박이 대구에 꽂아 넣은 새누리당 후보들 가운데 여러명이 야당이나 무소속 후보에게 패했다. 당선된 친박도 야당이나 무소속 후보에게 많은 표를 내주며 체면을 구겼다.수성갑에서는 김부겸 더민주 후보가 김문수 새누리당 후보를 24.61%포인트 차이로 크게 이겼다. 북구을에서는 더민주를 탈당해 무소속 출마한 홍의락 후보가 양명모 새누리당 후보를 13.29%포인트 차이로 따돌리고 여유롭게 승리했다. 친박의 눈엣가시였던 유승민 후보는 동구을에서 75.74%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됐다. ‘비박’으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한 주호영 후보도 수성을에서 이인선 새누리당 후보를 11.36%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대구 12개 선거구 중에 4곳을 야당이나 무소속이 가져갔다.동구갑에 단수 공천을 받았던 ‘진박’ 정종섭 후보는 ‘유승민계’인 무소속 류성걸 후보를 5.89%포인트 차이로 겨우 이겼다. 지난 2012년 치러진 제19대 총선에서 야당 후보를 상대로 74.77%를 받았던 달서구병의 조원진 후보는 이번 총선에서 66.24% 밖에 얻지 못했다. 달서구병에서는 뒤늦게 출마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선거벽보로 내건 조석원 무소속 후보가 23.98%를 가져갔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역구였던 달성군에 출마한 또 다른 ‘진박’ 추경호 후보도 당선되기는 했지만 48.07% 밖에 얻지 못했다. 대구에서는 이전 선거 때와는 많이 달라 ‘선거혁명’에 가까운 일이었다. 이유가 뭘까.첫번째는 ‘친박 심판론’이다. 대구는 지난 31년 새누리 같은 보수정당에 표를 몰아줬다. 지난 17년 동안은 ‘친박’이 대구를 휩쓸었다. 하지만 그들은 대구에서 몰표만 받아가고 해준 것이 별로 없었다. 이 기간에 대구의 각종 경제지표는 전국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31년은 대구 유권자들이 ‘잡은 물고기에 먹이를 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기 충분한 시간이다. 새누리 공천 파동은 이런 ‘친박 심판론’의 방아쇠가 됐다.하지만 친박은 대구의 이런 여론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철 지난 ‘박근혜 대통령 위기론’과 ‘안보 위기론’만 내세웠다. 탈당한 유승민 후보에게는 “‘존영’(박근혜 대통령의 사진을 높여 부르는 말)을 돌려달라”라고 요구해 논란을 일으켰다. 대구 두류공원에서는 대구의 새누리 후보들이 모여 바닥에 절을 하며 ‘사죄 퍼포먼스’를 했다. 김부겸 후보를 색깔론으로 공격하기 바빴다. 모두 ‘친박 심판론’에 기름을 부은 행동이었다.두번째는 ‘인물론’이다. 누군가를 심판하려면 대안이 될 수 있을만한 인물이 반대쪽에 있어야 한다. 김부겸·홍의락·유승민·주호영 후보는 모두 전·현직 국회의원이다. 특히 김부겸 후보와 유승민 후보는 개혁적인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대권 주자로 거론된다.그런데 사람들이 잘 이야기하지 않는 세번째 이유가 있다. ‘노력’이다. 김부겸 후보는 2011년 겨울 대구에 내려와 5년 동안 쉬지 않고 대구 수성갑에서 활동했다. 동네 노인 잔치, 주부 노래 교실 등 사람이 모이는 행사, 잔치, 모임에 나가 주민들과 어울렸다. 그는 2012년 총선에서 떨어지자 전세로 살던 집에서 나와 이듬해 아예 집을 사서 대구에 눌러앉았다. 그는 택시운전 기사보다 대구 수성갑의 골목길을 더 잘 안다고 한다. 홍의락 후보도 북구을에 출마를 준비하며 지난 4년 동안 꾸준한 활동을 해왔다. 해당 지역구의 3선 의원인 유승민, 주호영 후보는 더 말할 것도 없다.그런데 제1야당인 더민주의 대구 정치인 가운데 지난 수십년 동안 김부겸 후보의 절반 만큼이라도 대구에서 노력을 했던 사람들이 있었을까. ‘2번’을 달고 대구에서 삼세판 한 번 도전해본 사람이 있었을까. 단 한명도 없었다. 더민주의 대구 정치인들은 늘 선거를 코앞에 두고 출마해 잠깐 선거운동을 하다가 떨어지고, 그 이후에는 어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그들에게 대구에서의 출마는 당선을 위한 것이 아니다. 더민주의 전략지역 비례대표를 하거나 나중에 정권이 바뀌면 공공기관장 자리에 낙하산으로 가려는 ‘낙선 스펙’에 불과하다. 이번 총선에서 대구의 더민주 후보 가운데 새누리 후보들처럼 120일 전부터 일찌감치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선거운동을 한 사람이 몇명이나 될까. 7명 가운데 김부겸 후보와 수성을의 정기철 후보 단 2명이었다.“새누리 공천 파동, 친박 심판론, 인물론, 다 아니에요. 김부겸이 당선된 것은 그런 이유가 아니었어요. 그것보다 중요한게 있었어요. 김부겸 후보는 대구에서 더민주 정치인으로는 처음으로 지난 5년 동안 주민들과 어울리며 모든 바닥을 뒤집어 놓은 거에요. 우리는 수십년 동안 이걸 하지 못했던 거에요. 대구의 더민주는 진짜 반성해야 해요.”지난 13일 김부겸 후보의 선거사무소에서 만난 남칠우(57) 더민주 대구시당 수성을 지역위원장이 한 말이다. 그는 김 후보의 선거사무소에서 그동안 선거를 도왔다. 그는 김 후보의 당선이 유력해지자 눈시울을 붉혔다. 13일 대구에서 31년 만에 정통 야당 국회의원이 당선된 날이었다. 동시에 ‘더민주는 왜 31년 동안 대구에서 이걸 못했을까’를 돌이켜보는 날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