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예술인에게 월급을 주자

좋아하는 예술인에게 월급을 주자

대학생 장동현(25)씨는 지난해 11월 대구의 한 라이브클럽에서 로컬밴드 ㅂ의 공연을 관람하고 전율(戦慄)을 느꼈다. ‘와, 이렇게 끝내주는 밴드가 있었다니.’ 그런데 하필 그것이 ㅂ밴드의 마지막 공연일 줄이야. 장씨가 공연을 관람한 바로 다음날 ㅂ밴드는 활동을 중단했다. ‘경제적 어려움’이 큰 이유였다. 그 무렵, 장씨가 즐겨 찾던 서울 홍대의 라이브공연장 ‘바다비’도 문을 닫았다.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堪當)하지 못한 탓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예술가 5008명을 조사해 내놓은 ‘2015년 예술인 실태조사’를 보면, 예술인의 36.1%는 지난 1년 동안 예술활동으로 벌어들인 수입이 ‘아예 없다’고 답했다. 예술인의 50%는 예술활동 외 또다른 직업을 갖고 있으며, 전업으로 예술을 하더라도 이 중 6.4%만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내가 좋아하는 예술가가 지속적으로 작품활동을 할 수 있도록 월급을 지불하면 어떨까’. 문화예술 직접소비 플랫폼 ‘삼천원’은 장씨의 이런 생각에서 시작됐다. 문화예술 소비자가 좋아하는 예술인에게 매달 최소 3000원을 지불하면, 고정 수입을 얻은 예술생산자들은 지속적인 활동으로 보답(報答)하면 되지 않겠냐는 취지다. 장씨의 이런 뜻에,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 연주자가 돈 때문에 시향을 탈퇴하거나 즐겨 보는 작가의 웹툰 연재가 중단되는 걸 겪어본 또래 대학생 7명이 의기투합했다.

문화예술 소비자들이 삼천원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예술가들 중 ‘월급’을 주고싶은 이를 직접 선택해, 매달 최소 3000원을 지불하면 수수료 5%를 제외한 나머지를 예술가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장씨와 함께 삼천원을 이끌어가고 있는 김민식(24)씨는 삼천원이란 이름을 지은 것과 관련해 “3000원이면 커피 한 잔 값이잖아요. 부담 없으면서 의미 있는 가격이라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이미 인디밴드와 국악단, 라이브공연장 등 13곳이 삼천원을 통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싶다고 참여 뜻을 밝혔다.

삼천원은 지난 9일 플랫폼 3000won.com의 문을 열고 ‘나의 예술가’와 연결되고픈 소비자를 모으기 시작했다. 장씨는 “월 3000원이란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면 내가 좋아하는 예술가가 계속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만들고, 웹툰을 제작할 수 있다”며 “지속가능한 예술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만들어가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출처: 한겨레 (2016.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