ソウル新庁舎

서울시 신청사는 올해 건축전문가 100명이 ‘광복 이후 최악의 건축물’로 꼽은 문제적 건물이다. 지난해 5월 신청사를 둘러싼 공사 가림막을 걷어내자 “공공건물이 시민들한테 가하는 문화적 테러”, “건축이 아니라 주변 환경을 억누르는 폭력”이라는 등 반응이 쏟아졌다. “외계에서 온 건물 같다”, “서울 최고의 흉물”이라는 비난들이 이어졌다.

서울의 가장 상징적인 공간에 건축비 3000억원을 들여 완성된 서울시 신청사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서울시 구청사는 일제강점기이던 1926년 ‘경성부청사’라는 이름으로 지어져 90여년간 서울의 상징 구실을 해왔다. 1960년대부터 시청을 다른 곳으로 옮기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모두 무산되고, 2006년 결국 같은 자리에 새 청사를 만들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시공사인 삼성물산과 컨소시엄을 꾸린 설계회사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의 ‘항아리 모양’ 신청사 디자인이 문화재위원회에서 부결되었고 이후 다시 고친 디자인들도 반발이 많아 6차례나 부결되면서 난항을 겪게 된다. 문화재위원회가 “역사를 지우고 끊임없이 고층화하려는 도시화의 욕망을 다잡겠다”며 고층으로 설계된 신청사 안에 변경을 요구한 것이다.

신청사는 건축물의 디자인과 설계·시공을 한곳에 몰아 맡기는 ‘턴키’ 방식으로 공사가 진행되면서 “효율성만 생각해 문화적으로는 최악의 방법을 택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서울시 쪽은 결국 ‘초청 작가’라는 명분으로 4명의 국내 유력 건축가한테 신청사 디자인을 받아 다시 심사를 했고, 유걸 건축가의 디자인이 최종 결정돼 신청사 건설을 시작한다.

건축 디자인을 책임지는 권한도 없는 건축가의 설계안으로 시공사가 건물만 짓게 되면서 웃지 못할 상황들이 벌어진다. 지난해 서울광장에서 열린 신청사 개청식 때, 실제 설계자인 유걸이 변변한 자리도 없이 멍석 위에 앉아 “구두를 벗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망설이는 모습은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유걸은 신청사 건설 과정에서 사실상 배제돼 있다가 ‘총괄 디자이너’라는 자격으로 뒤늦게 감리에 참여한다. 설계자는 애초 의도와 다른 시공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시공사 쪽에선 설계안에 대한 불만을 터뜨린다. 준공기일이 다가오는데 이미 공사를 마친 청사 천장에서 빗물이 새는 일도 발생한다.

또 ‘준공기일 준수’를 지상과제로 삼는 ‘한국적 시스템’의 압박 속에서 두 주체인 서울시 공무원(발주처)과 삼성물산(시공사) 실무자들 역시 끊임없이 갈등을 일으킨다. 여기에 감리·인테리어·건축자재 회사까지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거대한 공공건축물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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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서울시 신청사가 탄생하는 과정의 비리나 문제점을 고발하는 영화가 아니다. 대신 거대한 공공건축물이 완성되는 과정에서 정치적인 상황, 시민들의 의식, 이해집단끼리의 갈등이 충돌하면서 때론 웃지 못할 방식으로 결론을 맺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특히 영화 도입부에 서울시가 ‘4인의 초청작가’ 설계안 가운데 최종 당선작을 공개하면서 “건축적인 것은 2등 안이 더 좋지만, 이게 당선되면 신청사 논란을 종식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를 반영해 (유걸의 설계안을) 당선작으로 정했다”고 설명하는 대목에선 실소를 거둘 수 없다.

건축가 고 정기용의 삶과 건축을 다룬 <말하는 건축가>(2012)를 연출했던 정재은 감독의 ‘건축 다큐 3연작’ 가운데 두번째 작품으로, 400시간 분량의 촬영분을 1시간46분짜리 영상으로 압축했다. 정 감독은 “서울시 신청사는 일제강점기 일본 건축가가 만든 서울시청을 90년 만에 우리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서울이라는 도시의 대표적 공공재로서 신청사 건설 과정의 이면을 담은 이번 영화가 바람직한 공공건축 건설을 위한 논의의 출발점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24일 개봉.

출처: 한겨레신문 (2013.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