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하락과 중국 경제의 상관관계

주가 움직임을 설명하는 용어는 수시로 변한다. 얼마 전에는 ‘양적 완화’가 단골 메뉴였다. 미국 중앙은행이 양적 완화 축소 얘기만 꺼내도 주식시장이 요동을 칠 정도였다. 지금은 ‘중국’이 대신하고 있다. 중국 경제가 생각만큼 좋지 않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그림자 금융’, ‘도산’ 같이 성장 둔화의 후유증을 의미하는 단어가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중국 경제를 해석할 때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과거 고성장에 대한 기억 때문에 중국의 성장률이 7%대에 그치는 걸 비정상적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쓰면 과거의 성장을 회복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다. 현실성 없는 얘기다. 이미 중국 경제가 고도 성장을 할 수 없는 단계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가 지나 온 길을 돌아보면 지금 중국의 경제 상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경제 성장률은 1988년 12%대를 정점으로 20년 넘게 계속 하락하고 있다. 2000년대에 5% 정도에서 몇 년간 성장률이 유지된 적이 있지만 이는 중국 특수에 따른 영향일 뿐 한국 경제 내부의 힘에 의한 게 아니었다. 이렇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어떤 나라든 경제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성장이 둔화되기 때문이다.

경제 규모가 작을 때에는 큰 공장 하나만 지어도 성장률이 오를 수 있지만 경제 규모가 커지면 이런 영향이 사라진다. 성장의 내용이 달라져야 하는 과제도 있다. 경제 개발 초기에는 인력이나 자본 투입만으로도 성장률이 높아진다. 경제 규모가 확대되기 때문이다. 이 단계를 지나면 기술의 뒷받침이 있어야 성장이 가능해진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과 선진국 사이에 기술력 격차가 커 이머징 마켓 국가들이 기술을 통해 성장을 이룩하는 게 쉽지 않다. 지금 중국이 그런 처지에 놓여 있다.

중국 경제 둔화가 주가 하락의 전부라는 논리는 찬동하기 어렵다. 경기 둔화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경제가 예상보다 못해 시장이 힘을 못쓰고 있다는 건 공감이 가능한 부분이다. 올해 세계 경제를 전망할 때 많은 연구 기관들이 유럽과 중국의 경기 회복을 기본 전제로 삼았다.

지금까지 나온 결과를 볼 때 중국 경제는 순환적인 둔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한 긴축 정책과 경제 구조 개편을 위한 부실 자산 처리 문제 등이 겹치고 있다. 기대가 높아 문제라면 기대를 조정하는 수 밖에 없다. 이번 주 주가가 하락한 것도 이런 조정과정이지 싶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출처: 한겨레신문 (2014.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