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기업들 임금 대폭 인상…한국 재계는 반대 입장 고수

“경영계는 ‘축소 경제’로부터 ‘확대 경제’로 가기 위한 한발을 내디뎠다.”일본 주요 기업들이 올해 임금협상 결과를 내놓은 18일 한국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해당하는 일본 게이단렌(일본 경제단체연합회)의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회장이 기자회견에 나섰다.

그는 도요타와 닛산 등 일본 대기업들이 올해 대폭 기본급을 인상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 듯 “각 기업들이 큰 결심을 하고 대응해 수입을 종업원들에게 적절히 환원해 소비를 확대하겠다는 자세를 명확히 했다. 내년에도 그다음해에도 (이런 흐름이) 이어질지는 경제성장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을 인상하자는 사회의 요구에 대해 반대 입장을 거두지 않고 있는 한국의 재계와는 대조되는 모습이다.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내건 ‘아베노믹스’의 선순환을 실현하기 위해 일본 사회가 선택한 사회적 합의는 다름 아닌 ‘임금 인상’이었다.

일본은행은 2013년 4월 대규모 양적완화를 선언하며 20년 넘게 일본 사회에 드리워져 있는 디플레이션의 압력으로부터 벗어나겠다고 밝힌 상태다.

그러나 아베노믹스가 성공하려면 양적완화를 통해 발생한 엔화 약세(엔저)로 실적 개선을 거둔 대기업들의 임금을 올려야 한다. 기업들이 임금 인상을 해야 민간 소비가 늘어나고 민간 소비가 늘어나야 다시 기업의 실적이 개선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부가 직접 나서 임금 인상을 주도한 탓에 일본 사회 한편에선 이번 ‘춘투’(일본 기업들이 봄을 맞아 진행하는 임금협상)를 ‘관제 춘투’라고까지 부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9일 지난해 이상으로 임금을 올린다는 기업이 절반 정도에 달했다는 자체 설문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문제는 이런 흐름이 엔저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에 확대될지 여부다. <요미우리신문>은 “대기업의 움직임이 중소기업으로 확장되지 않으면 디플레이션을 벗어나는 것은 역부족이다.

일본 전체 노동자들의 70%는 중소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중소기업들도 힘겹지만 임금 인상이라는 사회적 흐름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는 상태다. 중소기업계를 대표하는 일본상공회의소의 미무라 아키오 대표는 “대기업이 이 정도까지 임금을 올린다면 (중소기업에도) 영향이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의 민주노총에 해당하는 렌고(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에선 도요타가 정규직뿐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의 일당을 300엔 올린 것도 큰 성과의 하나라는 평가를 내놨다.

출처: 한겨레 (2015.3.21)

이를 위해 아베 정권은 지난해 12월 정부·경제계·노동계의 대표들이 모인 ‘정·노·사 회의’(한국의 노사정위원회에 해당)를 개최해 임금 인상 흐름을 주도했다. 이 회의에서 일본의 노·사·정 3자는 “임금 인상을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한다”는 합의를 도출해 냈다.

이 합의의 정신을 살려 일본 최고 기업인 도요타자동차가 4000엔, 같은 자동차업계인 닛산은 5000엔, 혼다 3400엔, 일본의 또다른 수출 주력 업종인 전자업계의 주요 기업들도 3000엔대의 임금 인상 방침을 18일 동시에 밝힌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