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구글에 이어 미국의 세계적인 네트워크장비 공급업체인 시스코와도 특허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6일 밝혔다. 기존 특허는 물론 앞으로 10년간 새로 출원하는 특허까지 모두 서로 자유롭게 쓰는 계약이다. 특히 시스코가 ‘사물인터넷’(IoT)의 선두주자라는 점에서, 삼성전자 쪽에서 보면 관련 사업을 가속화할 추진력도 얻었다.
삼성전자 지적재산권(IP)센터장 안승호 부사장은 이날 계약 체결 뒤 “시스코와의 이번 계약을 통해 양사 모두 잠재적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댄 랭 시스코 특허 담당 부사장은 “최근 지나친 소송전으로 혁신이 제약당하고 있다. 이번 계약으로 시스코와 삼성이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혁신을 가속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반도체 부문에서 램버스, 에스케이(SK)하이닉스, 도시바, 샌디스크, 컴퓨터(PC)·운영체제(OS) 부문에서는 아이비엠(IBM)과 마이크로소프트, 휴대전화 부문에서는 노키아, 특허전문기업으로는 인텔렉추얼벤처스와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여기에 지난 달 27일 구글에 이어 이번에 시스코까지 계약을 맺음으로서 잠재적인 특허 소송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 시스코는 최근 10년 동안 특허 경쟁력이 강한 기업을 중심으로 41개사를 인수하는 등 특허 포트폴리오 강화에 공을 들여온 업체다. 지난해 12월 기준 시스코의 미국 등록 특허는 9700여건에 달한다. 삼성전자 쪽은 이번 협력이 특허만 보유한 채 소송을 일삼는 이른바 ‘특허괴물’(NPE)의 공격에 대한 모범적인 대응책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역시 동시다발적으로 특허 소송을 벌이고 있는 애플에 대응하는 성격도 짙다.
시스코가 지난해 사물인터넷 사업부를 신설하는 등 이 분야에 오랫동안 공을 들여온 업체라는 점도 관심거리다. 모든 사물들이 인터넷에 연결돼 유기적으로 작동한다는 사물인터넷의 개념은 정보통신업체들에게 엄청난 성장기회를 열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폰 강자인 삼성전자가 시스코의 관련 특허를 활용해 이 사업영역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출처: 2014.02.06 (한겨레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