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여파 국내선 지갑 닫고

지난달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국내 소비가 줄어든 반면에 해외 소비는 크게 늘어나는 ‘양극화’ 모습을 보였다.

30일 한국은행의 국제수지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이 해외여행을 가서 쓴 돈의 규모를 뜻하는 ‘일반여행(유학 및 연수 제외)지급액’은 지난달 16억9680만달러(약 1조7317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사상 최대치다. 종전 최고치는 지난해 7월 16억7100만달러였다. 지난달 일반여행지급액은 전달보다도 17.5%나 늘어난 수치다. 지난달 16일 터진 세월호 참사의 여파에도 해외 여행의 씀씀이는 더 늘어난 것이다.

해외여행 지급액의 증가는 여행객의 증가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관광지식정보시스템’을 보면, 지난달 해외여행객은 117만9885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7.5% 증가한 수치다.

이런 흐름과 달리 지난달 국내 소비는 세월호 여파로 동력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소비 부진의 모습이 뚜렷하다. ‘소매판매’ 지표는 의복 등 준내구재와 차량연료 등 비내구재 등의 판매감소 영향에 따라 지난달 대비 1.7%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서는 0.1% 감소한 것이다.

특히 전문소매점(-7.9%), 백화점(-5.8%) 등의 감소폭이 컸다. 전백근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4월 소매판매 부진은 세월호 참사가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아무래도 다음달(5월 지표)에도 그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소비자들의 해외 씀씀이의 총합은 커졌지만, 해외 여행시 결제 수단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카드의 1인당 사용액은 계속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거주자의 1인당 카드 해외 사용실적이 1분기(1~3월)에 407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7.4% 줄었다고 밝혔다. 이런 추세는 계속 되고 있다. 1인당 카드 사용금액은 연간 기준으로도 2008년 725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지난해엔 434달러로 약 40% 가량이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한겨레신문 (2014.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