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그룹 재건과정

당국, 법정관리 허점 악용해 소유권 찾고 문어발식 확장 의심

‘세월호 침몰 사고’를 일으킨 청해진해운은 사실상 세모그룹 왕국의 부활이다. 유병언 전 회장이 1982년 ㈜세모를 설립한 뒤 15개 계열사로 문어발 확장한 세모그룹은 1997년 부도 뒤 법정관리를 받았지만 2008년 아이원아이홀딩스 아래 전 세모그룹 계열사들이 이름만 바꿔 모여들면서 사실상 재건됐다. 주요 계열사의 채무조정이 마무리되자 측근들이 장악한 회사를 내세워 헐값에 인수하는 방식을 취한 것이다.

24일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실린 사업보고서, 감사보고서 등을 살펴보면, 아이원아이홀딩스그룹이 유 전 회장의 두 아들인 유대균(44)·유혁기(42)씨가 대주주인 아이원아이홀딩스의 지배 아래 설립된 건 2008년이다. 핵심 계열사인 천해지는 과거 ㈜세모에서 분할한 우량자산을 받아 2005년 설립된 뒤 2008년 아이원아이홀딩스로 넘어갔다. 세모해운은 1999년 유 전 회장의 측근들에게 매각돼 청해진해운으로 바뀐 뒤 2008년 천해지의 자회사로 들어갔다. 기존 세모케미칼 역시 1999년 아해로 이름을 바꾼 뒤 2008년 아이원아이홀딩스에 매각됐다.

초고속 확장 방식은 세모그룹과 판박이다. 세모그룹은 유 전 회장이 자본금 9000만원으로 ㈜세모를 세우고 삼우트레이딩을 합병한 뒤 건설·식품·유람선·수입판매·섬유·전기전자·안료산업·기계·제약·자동차부품·도료·조선·해운 등 계열사 15곳을 문어발 식으로 확장했다.

아이원아이홀딩스그룹 역시 세모그룹처럼 계열사들을 여러 동업자들과 함께 공동 지배하는 방식을 취하면서 선박·해운·도료·자동차부품·건강식품·영어교육·인터넷쇼핑몰·건설 등을 아우르는 국내외 법인 40여개를 보유한 거대 그룹으로 태어났다. 유 전 회장 일가는 그룹 규모를 키우는 과정에서 계열사 간의 복잡한 지분출자와 자금·담보 제공, 빈번한 증자를 활용했다. 아이원아이홀딩스그룹은 장부상 총자산이 5844억원으로 아워홈그룹보다 앞선 재계 순위 310위지만, 실제로는 실가격이 반영되지 않은 숱한 부동산과 은닉 의혹이 이는 개인 소유 국외재산까지 합치면 자산이 훨씬 많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사법당국은 아이원아이홀딩스의 초고속 문어발 확장 과정에서 불법성을 찾고 있다. 검찰은 세모그룹 부도 뒤 법정관리의 허점을 악용해 소유권을 되찾으면서 차명 법인을 동원했는지 의심하고 있다. 또한 두 아들에게 그룹 전체를 넘기는 과정에서 불법 증여가 이뤄졌는지, 계열사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지 않았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한겨레신문 (2014.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