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계점에 오른 미국의 총기·인종 갈등 문제

임계점에 오른 미국의 총기·인종 갈등 문제

미국의 인종갈등과 총기 문제가 폭발 직전의 임계점(臨界點)으로 치닫고 있다.

7일(현지시각) 댈러스에서 백인 경찰들의 흑인 용의자 사살에 항의하는 집회 도중에 경찰들이 조준저격당한 사건은 인종갈등과 총기 문제가 복합된 최악의 사건이다. 미국에서 경찰이 총기를 맞고 숨지는 사건은 왕왕 일어나지만 이처럼 계획적인 조준저격으로 5명이나 숨진 것은 근래 들어 처음이다. 특히 이 사건이 최근 잇따른 백인 경찰들에 의한 흑인 용의자 사망 사건에 따른 인종갈등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충격을 더한다.

이번 사건은 2014년 8월9일 미주리주 퍼거슨에서 비무장 흑인 청소년 마이클 브라운이 백인 경찰 대런 윌슨에게 총을 맞고 사망한 뒤 벌어진 전국적 대규모 소요사태 이후 악화된 법 집행 과정에서의 인종차별 문제에 뿌리를 둔다. 당시 퍼거슨에서는 이 사건에 항의하는 소요가 계속됐지만, 지방검찰은 3개월 뒤 윌슨을 불기소 처분했다. 이는 퍼거슨에서 대규모 소요사태를 불러 주방위군이 배치됐고, 항의 시위와 소요가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마크 데이턴 미네소타 주지사는 “만약 그 운전자가 백인이었다면, 그 행인이 백인이었다면, 이런 사건이 일어났겠는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와 분노가 결국 댈러스에서 경찰에 대한 조직적인 저격으로 나타난 것이다.

미국에서는 총기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총기를 규제하는 쪽으로 여론이 움직이는 듯했으나, 실제론 총기 소유 주창자들의 로비로 각 주에서는 더욱 총기 소지가 완화되어 왔다. 흑인 용의자들에 의한 경찰관 저격 사건은 오히려 정당방위 강화를 명목으로 한 총기규제 완화 목소리를 더 키울 수도 있다. 또 그동안 강화되어 오던 경찰의 총기 대응 정책도 경찰들의 대응력 강화를 명목으로 완화될 수도 있다.

출처: 한겨레(2016.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