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비세 올리고 법인세 내려

재정 건전화를 위해 소비세를 올렸는데, 법인세는 깎아준다고?

1일 17년 만의 소비세율 인상을 단행한 일본 아베 정권의 다음 고민은 ‘법인세 감세’다. 자민당 세제조사회는 2일 간부회의를 열어 이달 중순부터 법인세 인하와 관련된 당내 논의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세제조사회는 이 논의를 바탕으로 6월께 정부의 경제·재정 운용의 큰 틀을 잡는 ‘경제재정운영 기본방침’을 결정하게 된다.

자민당 내 의견은 팽팽히 갈라서 있다. 일단 아베 신조 총리,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아마키 아키라 경제재생상 등은 적극적 감세론자들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 1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다보스 포럼)에서 “올해 법인세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고, 스가 관방장관도 2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자민당은 선거 때 법인세 감세를 약속했다. 여당에서 논의를 진행해 주길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소비세 증세로 인한 경제 위축을 막기 위해선 현재 35.6% 수준인 법인세를 한국(24.2%)과 중국(25%)과 비슷한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정권의 2인자인 아소 다로 부총리(재무상)는 신중한 입장이다. 국내총생산(GDP)의 두 배(1000조엔)에 이르는 막대한 국가 부채를 안고 있는 일본 입장에서 법인세 감소는 시기상조이고, 서민 생활에 직결되는 소비세를 올린 뒤 법인세를 낮추는 것은 조세 정의에도 맞지 않다는 것이다. 아소 부총리는 “당 조사회 내 민간위원들의 주장은 너무 편향돼 있어 공평성이 부족하다. 정부 세제조사회에서 이를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맞서고 있다. 법인세를 10%포인트 낮추면 세수가 한해 5조엔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올해 예상 세수의 10%에 이르는 막대한 액수다.

감세 논란에는 언론들도 가세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일치에서 소비세 증세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경제 성장을 이어간 독일의 사례를 소개했다. 독일이 2001년부터 2008년까지 법인세율을 순차적으로 52%에서 30%대까지 내린 탓에, 2007년 16%에서 19%로 부가가치세율을 올리고도 그해 성장율이 다른 유럽연합(EU) 국가들보다 높은 3.3%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의 비중이 독일(50%)보다 훨씬 낮은 10%에 불과해 비교가 힘들다는 지적도 많다. 일본이 국내 수요 위축으로 인한 타격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마이니치신문>은 “당내에서도 신중론이 많아 세제조사회는 ‘세율을 중기적으로 낮추자’는 쪽으로 결론을 낼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당장 내년부터 법인세를 낮추겠다는 아베 총리의 의지가 강력해 최종 결론을 둘러싸고 진통이 예상된다.

출처: 한겨레신문 (2014.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