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종교 지형

통계와 인포그래픽으로 본 한국의 종교 지형, 인천은 기독교, 부산은 불교단체 많아…지역별로 종교색 달라

“한국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인가요?”

세계적인 건축가 아론 탄(50)이 3년 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 기자가 탄에게 질문을 하자 탄의 답이 이랬다. “한국에서 가장 인상적인 풍경은 도시 야경 속 빛나는 십자가예요. 교회가 정말 많죠. 올 때마다 십자가가 더 늘어나는 것 같아요.”

서울엔 ‘교회’가 ‘절’보다 8배 많다. 한국의 밤 거리를 걷다보면 교회의 ‘빨간 십자가’를 몇 개나 만날까. 일단 정답은 ‘지역별로 다르다’이다. 서울에선 비교적 많이, 부산에선 비교적 적게 만나게 된다.

한겨레신문이 2012년 통계청이 발표한 ‘전국 사업체 조사를 근거로 종교단체 분포를 분석했다. 통계청은 등록된 전국의 종교단체를 ‘한국 표준산업 분류’를 기준으로 기독교, 불교, 천주교, 민족종교, 기타 종교 등 5가지로 분류했다. 여기서 기독교단체는 교회·기도원·선교원 등을 말하고, 불교단체는 사찰·불교문화원·선원·암자 등을 말한다.

등록되지 않은 단체들까지 합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나지만, 통계청이 집계한 2012년 종교단체는 총 7만4712개였다. 이 가운데 기독교단체가 5만6904개로 가장 많았고, 불교단체는 1만3658개, 천주교단체는 2063개, 민족종교단체는 883개, 기타 종교단체는 1204개였다. 등록된 전국의 종교단체 중 기독교단체와 불교단체가 전체 종교단체의 94.4%를 차지했다. <한겨레>는 이들 기독교단체와 불교단체의 전국 분포 상황을 시각화했다.

그 결과 한국 사회는 종교에도 ‘지역 구도’가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및 수도권, 호남 지역에는 기독교가, 부산 및 영남 지역에는 불교단체가 뚜렷하게 많았다.

먼저, 기독교단체 수가 불교단체 수의 몇 배에 이르는지 계산해봤더니,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과 호남에선 기독교단체 수가 불교단체 수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서울이 8배, 인천은 15배, 경기도는 9배 많았다. 광주는 7배, 전남은 6배, 전북은 7배였다.

반면 부산과 영남에선 기독교단체 수와 불교단체 수가 크게 차이나지 않았다. 부산, 대구, 울산, 경북에선 기독교단체 수가 불교단체 수의 2배 정도였고, 경남은 그 수가 비슷했다. 한반도 지도를 놓고 기독교단체 수를 하늘색 동그라미, 불교단체 수를 분홍색 동그라미로 그려봤다. 그림과 같이 크기 차이가 두드러졌다.

동불서기(東佛西基), 너는 어느 별에서 왔니?

한국의 3대 종교인 천주교, 불교, 개신교 모두 지역별 특징이 확인됐다. 천주교는 수도권과 대도시를 중심으로 우세하며, 불교는 도시보다 농촌에서 강세를 보이고, 개신교는 한반도 동쪽보다 서쪽에서 신자 비율이 높게 나타난다.

이 가운데 한반도 지도를 놓고 동쪽에는 불교가, 서쪽에는 기독교가 두드러진 분포를 보이는 것을 학계에선 ‘동불서기(東佛西基) 현상’이라고 부른다. 이 현상은 오래 전부터 관심의 대상이었지만 이렇다 할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강인철 교수는 “정치, 사회, 문화 등 많은 요인들이 원인으로 작용해 나타난 결과로 보인다. 어떤 한가지 원인이 답이라고 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학계에서 확언하는 원인에 대해 뚜렷한 정설은 없지만 유력설 두가지를 추려볼 수 있다. 하나는 선교 방법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설이다. 초창기 기독교가 전파되던 개화기 때 선교사들은 지역별로 구획을 나눠 포교하는 ‘선교지 분할 정책’을 폈다. 이 과정에서 평안도, 경기도, 전라도 지역에서 포교했던 교단이 선교에 성공했고 그 영향이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이란 설명이다. 김종서 서울대 교수(종교학)는 “초기 선교사들이 들어와 선교할 때 지역을 분할했는데 그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지역마다 유교 전통을 지키려는 의지의 차이가 종교 분포에 영향을 줬다는 해석도 있다. 유교 문화가 강한 지역일수록 오랜 전통을 가진 불교를, 유교 문화가 약한 지역일수록 새로 유입된 종교인 기독교를 수용했다는 설명이다. 기독교가 들어오기 전 한국은 유교 사회였다. 유교는 유교가 한반도에 들어오기 전부터 일반화됐던 불교에 대해선 관용적이었지만, 조선 후기 유입된 외래 종교인 기독교에 대해선 비관용적이었다. 유교의 영향이 약한 지역을 중심으로 기독교가 세력을 확장했는데 그 지역이 수도권과 전라도였다는 것이다.

윤원철 서울대 교수(종교학)는 “한반도의 종교 분포에서 동서 구도가 나타난 역사·문화적 배경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연구해 볼 가치가 있다. 현재 종교의 동서 구도는 정치 성향의 동서 구도와도 흡사하게 나타나는데 둘 사이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연구해야 할 과제“라고 설명했다.

[참고자료]

국가 통계 포털 http://kosis.kr/ups/ups_01List01.jsp?grp_no=1012&pubcode=ZY&type=F

한국 종교 인구 분포 비율의 변화와 그 특징, 류성민, 한국종교학회, 2009

한국에 있어서 종교 인구 분포의 지역간 차이에 관한 사회학적인 연구, 정창수 외, 한국사회학회, 1993

출처: 한겨레신문 (2014.7.25) - [한국 종교 ‘동불서기’…부천 소사구 100m마다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