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변동의 후폭풍

엔-달러 환율이 120엔대로 진입하고 7개월이 지났다. 기간중 고점은 122엔이었다. 엔화가 좁은 폭 내에 머물다 보니 이를 벗어날 경우 급격한 변동이 올 수 있는 상황이다. 엔-달러 환율이 122엔을 넘어 125엔을 돌파할 경우 새로운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엔화는 지난 20년내 최고치인 140엔대 중반이 돼야 상승이 멈출 것이다.

환율시장이 요동을 치면서 원화 움직임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원화는 지난 3년사이 달러에 대해 약세가 되지 않은 몇 안 되는 통화중 하나다. 달러 유입 등 우리 경제의 강점이 원화 강세를 뒷받침하고 있지만, 환율 변동에 따른 경쟁력 약화를 피해갈 순 없다. 생각해 보면 간단하다. 2012년 2월 엔화가 76.1엔으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을 당시 원-달러 환율은 1126원이었다. 엔화가 달러 대비 60% 절하된 지금 원-달러 환율은 1120원 밑에 있다. 우리 상품의 가격 경쟁력이 일본에 비해 60%나 낮아진 셈인데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힘들다.

자동차 산업이 환율의 영향을 가장 잘 보여준다. 지난 2년 사이 이익이 계속 줄어든 건 물론, 상장 기업의 이익이 늘어난 올 1분기에도 자동차 업종만은 이익 감소를 면치 못했다. 그 사이 일본 자동차 회사들은 사상 최고 이익과 높은 주가 상승을 기록했다. 2009~2010년 사이 국내 업체들이 누렸던 혜택을 이제 반대로 일본 기업들이 누리고 있는 것이다.

환율 변동으로 인한 문제는 세 가지다. 우선 영향이 시간을 두고 나타난다는 점이다. 작년 10~11월 환율 변동에 따른 영향이 올해 1분기 재무제표에 나타났다. 2분기에도 이런 추세가 이어질 텐데, 엔화 약세가 심해질 경우 악영향이 증폭될 수 있다.

환율의 영향이 환차손에서 시작해 경쟁력 약화로 발전할 수 있다. 매출 둔화, 수익성 악화 등이 나타날수 있는데, 제품 경쟁력이 약해질 경우 회복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보는 관점에 따라 여러 견해가 있겠지만 우리 기업들이 환율 변동에 대응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원-엔 환율이 1500원에서 900원까지 내려오는 동안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가시적 노력을 기울인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환율이 견디기 힘든 수준이 된 후에야 대응이 시작되던 과거와 지금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환율은 한 나라의 경쟁력을 바꿀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수단이다. 그만큼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처음에는 영향이 환율 관련주를 중심으로 투자 종목이 재편되는 형태로 나타나겠지만, 시간을 두고 시장 전체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출처: 한겨레 (2015.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