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의 한계

일본경제에 다시 그늘이 짙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엔화 강세 등의 여파로 물가와 성장 둔화세가 뚜렷하고 기업 수익과 주가가 떨어지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이 지난 1월말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지만 효과가 기대와는 딴판이다. 잠시 엔화 가치가 떨어지고 주가가 올랐으나 이내 흐름이 바뀌고 말았다. 아베노믹스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일본경제를 구할 새로운 해법들이 제기되고 있다. 대부분 경제학 교과서에나 존재하던 극단적인 아이디어들이다.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이 소개한 이런 비전통적 해법을 정리해본다.

헬리콥터 머니

통화주의 대부인 밀턴 프리드먼이 제시한 방안으로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이사 시절 언급하면서 많이 알려졌다. 실제로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는 것은 아니고 돈을 많이 찍어 재정 확대에 쓰는 것이다. 중앙은행이 정부 국채를 직접 사들이고 이자와 원금 상환을 요구하지 않아 영구채 형태로 운영하게 된다. 중앙은행이 유통시장에서 국채를 사들이는 현행 공개시장운영 방식과는 크게 다르다. 정부는 중앙은행에서 건네받은 돈을 사회기반시설 등에 투자하거나 감세 재원으로 쓸 수 있고 국민들에게 나눠줄 수도 있다. 헬리콥터 머니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낳고 해당 국가의 신용도를 떨어뜨릴 것이라는 비판이 따라붙는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 중앙은행 총재는 얼마전 헬리콥터 머니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재정정책이어서 중앙은행이 쓸 수 없는 방안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의 논의 빈도는 잦아지고 있다. 한편에서는 구로다 총재가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지 않겠다고 한 뒤 이를 어긴 점을 들어 경제사정이 더 나빠지면 헬리콥터 머니에 기댈지 모른다고 내다본다.

마이너스 금리 확대

일본 중앙은행이 시행중인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계속 밀어붙이자는 구상이다. 현재는 시중은행의 중앙은행 예치금 가운데 일부를 대상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부과하고 있는데 시중은행이 이를 일반예금자에게 전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마이너스 금리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런 만큼 일본 중앙은행이 금리를 더 내려 시중은행의 예금은 물론, 대출 금리까지 마이너스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 주장이다. 이리 되면 예금자들은 은행에서 돈을 빼 소비를 하게 되고 가계와 기업에 대한 은행 대출이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예금자들이 돈을 소비하는 대신 장롱 속에 묻어두고 주식과 부동산 투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금과 예금에 대한 과세

정부가 예금과 현금, 국채에 세금을 물리도록 하자는 방안이다. 현금의 경우 일정 기간마다 정부 날인을 받게 하고 이때 수수료 형태의 세금을 물리는 등의 방식으로 시행하게 된다. 현금 등을 보유한 사람은 세금 부담을 피하기 위해 소비나 위험 자산 투자에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지만 너무 극단적인 방안이어서 아이디어를 낸 전문가들조차 비상처방이라고 말한다.

임금 인상 압박

일본경제의 어려움은 기업들이 임금을 충분히 올리지 않아 빚어지고 있다는 관점에서 나온 해법이다. 국제통화기금은 정부가 일정수준의 임금 인상을 하지 않는 기업에 그 까닭을 설명하도록 하고, 많은 이윤을 내고도 임금 인상 등에 쓰지 않는 기업에 세제상의 불이익을 주자는 아이디어를 내놓은 바 있다. 임금 인상을 권고하는 것을 넘어 강제하는 이런 방안에 대해서는 자유시장 원리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출처: 한겨레 (2016.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