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조현아 땅콩리턴

“조현아 부사장 한명만의 일인가요?”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이 ‘땅콩 회항’ 사태의 책임을 지고 보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이번 일이 특정인의 문제가 아니라, 한진 총수 일가 전체의 문제라는 지적이 쏟아진다. 동생인 조원태 부사장이 2005년 승용차 운전 중에 시비가 붙어 70대 할머니를 밀어 넘어뜨려 입건되고, 2012년에 인하대 운영과 관련해 시위를 하는 시민단체에 폭언을 하는 등 이미 알려진 일들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전언도 많다.

한진의 한 전직 임원은 “조양호 회장의 부인이 공항에서 회사 직원에게 고함을 지르고, 심지어 욕설까지 퍼부어 주변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사건도 있었다”고 고개를 흔든다. 또 다른 한진 간부는 “직원들이 겉으론 말을 안 하지만, 터질 게 터졌다며 속시원해하는 사람도 적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총수 일가의 ‘횡포’가 꼭 한진만의 일일까? 재계 15위권 그룹의 ㅂ회장은 화가 나면 좀처럼 분을 참지 못하며 말이 험해지는 것으로 재계에서 소문이 자자하다. 그룹의 한 간부는 “회장님이 내부강연 중에 전날 술을 마셔 냄새를 없애기 위해 껌을 씹던 한 임원을 발견하고 ‘당장 나가라’고 소리친 뒤 바로 해고시키고, 엘리베이터를 같이 탄 직원에게 담배 냄새가 난다고 역시 해고시킨 일은 유명하다”고 털어놨다.

재계 10위권 그룹의 대주주 ㅈ씨는 화가 나면 욕설은 물론 ‘조인트 까기’(구둣발로 정강이를 걷어차는 행위)도 서슴치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 중진 언론인은 “ㅈ씨가 회사 행사에 초청해 갔는데, 나이가 많은 임원에게 욕설에 가까운 막말을 퍼부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한때 전경련 회장단의 일원이었던 삼환기업의 최용권 회장은 수십년간 임원들에게 상습적으로 폭언·폭행을 자행한 것으로 악명이 자자하다.

반면 임직원을 인격적으로 대하는 총수들도 있다. 교보생명의 신창재 회장과 금호석유화학의 박찬구 회장은 평소 임직원들에게 존댓말을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호석화의 한 간부는 “회장님은 임직원과 대화할 때 꼭 ‘예’, ‘그렇습니까’라고 존대를 한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정주영 현대 창업주의 ‘조인트 까기’가 상징하듯 총수들의 언어 및 물리적 폭력이 다반사로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40~50년이 지나고, 많은 대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런데도 전근대적이고 후진적인 문화의 잔재가 남아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김진방 인하대 교수는 “총수는 주인이고 직원은 종이라는 인식이 여전하고, 재벌 2·3세들이 태어날 때부터 황태자 대접을 받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총수가 ‘황제경영’을 하며 무소불위 (無所不爲) 의 권한을 행사하고, 2·3세들에게 세습되는 재벌 지배구조에서 ‘안하무인 (眼下無人) ’이 된다는 설명이다.

왼쪽부터 조현아·조원태 부사장, 조현민 상무

출처: 한겨레 (2014.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