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의 도청 감청 사례

1994~1998년 ‘미림팀’ 운영…2002년까지 도청 계속

2004년 기자 통화내역 조회…2009년 공직자 감청 등

대한민국 헌법 18조는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다. 도·감청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범죄수사의 목적 등 합법적인 도·감청 대상을 제한하고 엄격한 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정보기관의 불법 도·감청은 역대 정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광범위하고 공공연하게 이뤄져왔다. 또 통신기술과 장비의 발전에 따라 도·감청 프로그램 역시 진화를 거듭해오고 있다.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와 검찰·경찰 등에서 무분별하게 이뤄지던 도·감청은 1993년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이 제정되면서 일단 제동이 걸렸다. 통비법 제정의 배경에는 ‘초원복집’ 사건이 자리하고 있다. 1992년 14대 대선을 앞두고 김기춘 당시 법무부 장관과 부산지역 기관장들이 초원복집에 모여, 지역감정을 조장해 김영삼 민주자유당 후보를 당선시키자는 모의를 당시 정주영 통일국민당 후보 쪽이 도청해 이를 공개한 사건이다. 김영삼 후보 쪽은 ‘관권선거’보다 ‘불법도청’ 문제를 부각시켰고, 집권 이후 통신비밀보호법을 통과시켰다.

정보기관의 도·감청은 김영삼 정부를 거쳐 김대중 정부 후반기인 2002년 3월까지 조직적으로 계속 진행됐다. 2005년 김승규 당시 국가정보원장은 ‘안기부 엑스파일’ 사건에 대한 조사결과 발표 및 대국민 사과에서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도청 대상과 규모는 줄었지만 도청 작업은 2002년 3월까지 진행됐다”고 밝혔다.

또 “휴대전화는 기술적으로 도청이 불가능하다”던 기존 주장과 달리, 기지국을 중심으로 반경 200m 이내에서는 도·감청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추가로 밝히기도 했다. 당시 국가정보원은 전화국을 통하는 유선중계통신망 도청 장비인 ‘아르(R)2’와 이동식 이동통신 도청장비인 ‘카스’(CAS)를 직접 개발해 도청에 활용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정보기관의 불법 도·감청이 수면 위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2004년 국가정보원은 외교 관련 기사를 보도한 <국민일보>와 <동아일보> 기자들의 통화 내역을 잇따라 조회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에선 참여정부 고위 공직자에 대한 국정원의 감시와 사찰 문제가 불거졌다. 2010년 최재성 당시 민주당 의원은 국정원이 이강진 전 총리실 공보수석에 대해 2009년 2월부터 6월까지 넉달간 도·감청을 실시했다고 폭로했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이번에 국정원이 들여온 ‘리모트컨트롤시스템’은 피감시자의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해킹하는 기법이고, 이는 현행법상으로도 위법”이라며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원회에 모든 활동을 보고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국회의 통제를 받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출처: 한겨레(2015.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