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 집필 거부

국내 주요 대학의 역사학 전공 교수들이 박근혜 정부의 역사 국정교과서에 대한 집필·제작 거부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앞서 연세대·고려대·경희대 역사학 전공 교수들이 집필 거부를 선언한 가운데 15일에도 서울시립대·성균관대·중앙대·한국외대·이화여대·동국대·부산대·단국대·전남대 등 전국 9개 대학 교수들이 잇따라 집필 거부 선언을 이어갔다. 다른 대학에서도 교수들 사이에 의견을 모으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한국 근현대사 연구자 500여명이 회원인 한국근현대사학회가 이날 단일 교과서 집필 불참을 선언하면서 국사편찬위원회가 집필진을 구성하는 데 난항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시립대·성균관대·중앙대·한국외대 역사학 교수 29명은 이날 성명을 내어 “국정교과서의 집필 참여를 거부할 뿐 아니라 제작과 관련한 어떠한 과정에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교수들은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는 국가권력이 자신의 필요에 따라 역사를 농단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어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용납될 수 없다”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같은 날 이화여대 역사학 교수 9명도 “사실이 있으면 쓰고, 지도자의 공과는 엄정하게 평가한다”는 사관의 정신을 언급하며 국정교과서 집필을 거부한다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정부·여당이 보여준 태도를 보면 정부가 역사를 통제하고, 창조하고, 이를 후세들에게 강요하려 한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부산대에서는 사학과·역사교육과 등 5개 학과·연구소 소속 교수 24명 전원이 “정치적 중립성과 자주성이 보장되지 않은 조건에서 교과서 집필에 참여할 때 역사학자로서의 전문성은 제대로 발휘될 수 없다”며 집필 거부 의사를 밝혔다. 동국대 사학·역사교육과 교수 8명, 단국대 사학·역사학과·교양학부 교수 16명, 전남대 사학과·역사교육과 교수 21명 중 장기출장 및 해외체류자 2명을 제외한 사실상 전원인 19명도 집필·제작 거부에 참여했다. 이에 앞서 13일 서울여대 교수 62명도 성명을 냈다.

또 독립운동사, 경제사, 정치사 등 500여명의 한국 근현대사 연구자들이 회원으로 있는 한국근현대사학회도 이날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은 역사를 거슬러 가는 행위”라며 국정교과서 집필 불참을 선언했다. 한국사에서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이 근현대사인데 관련 전공의 학자들이 상당수 불참을 예고한 것이다.

출처: 한겨레 (2015.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