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계열사 돈빌려주기

‘재벌 계열사끼리 돈빌려주기’ 18% 늘었다

올 상반기 재벌 그룹 계열사들이 다른 계열사에 돈을 빌려주는 경우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계열사 간 자금 지원은 자칫 그룹 전체의 동반 부실로 이어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27일 기업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시이오(CEO)스코어’는 51개 출자총액제한 기업집단(재벌) 가운데 올해 신규 지정으로 공시가 되지 않은 기업과 지난해와 올해 어느 한쪽에 계열사 간 자금 지원 내역이 드러나지 않은 기업들을 제외한 32개 기업집단을 대상으로 계열사 간 자금 차입 현황을 조사해 발표했다.

공시를 토대로 올해와 지난해 상반기(1~6월)를 비교해봤더니, 올해 계열사 간 자금 차입이 모두 2조2441억원(173건)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 1조8976억원(181건)에 비해 금액이 18.3% 증가했다.

조사 대상 재벌 그룹들의 올해 상반기 총 차입금은 184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205조9279억원에 비해 11.4% 줄었다. 이에 따라 이들 재벌 그룹의 총 차입금 가운데 계열사 의존도는 지난해 상반기 0.92%에서 올해 상반기 1.21%로 상승했다.

올 상반기 계열사 간 자금 차입이 가장 많은 그룹은 롯데로, 호텔롯데가 롯데인천개발에 4600억원을 빌려주는 등 모두 10건 5628억원에 달했다. 이에 따라 롯데의 계열사 간 차입 의존도는 13.5%로 작년 같은 기간(6.1%)보다 갑절 이상 높아졌다. 다음은 ㈜동양,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등 주요 계열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간 동양으로 14건 4440억원이었다.

절반이 넘는 9건은 금융사인 동양파이낸셜대부 등을 통한 자금 대여였다. 3위는 부영으로 12건 2988억원으로 집계됐다. 홈플러스는 홈플러스테스코에 1110억원을 빌려줘 단박에 4위를 기록했다. 5위는 946억원을 기록한 이랜드였다.

박주근 시이오스코어 대표는 “계열사 간 자금 규모와 비중이 커진 원인은 불황으로 외부자금 수혈이 어려워졌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순환출자 규제가 강해지면 자기자본만으로 신사업을 벌이기 어려운 계열사들이 다른 계열사 자금 지원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우가 많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용도가 낮은 그룹 계열사가 우량 신용등급 위주 시장으로 흘러가고 있는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고 은행 대출도 받기 어려울 테니 계열사 지원에 기댄다는 것이다.

시이오스코어는 총 173건의 계열사 간 자금 대여 가운데 20%(36건)는 보험, 캐피탈, 대부업체 등 계열 금융사가 자금을 빌려준 경우여서, 계열 금융사의 ‘사금고화’ 의혹도 제기했다. 박 대표는 “계열사 자금 차입이 많은 회사는 오너 일가 지분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