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투표율 상승

20대 투표율 무려 13%p 상승

사전투표가 청년 참여 높여

‘박빙 수도권’ 당락에 영향준 듯

“청년 실업·저임금 대책커녕

노동개악 박근혜 정부에 실망”

20대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하고 야당이 선전한 것은 20~30대 젊은이들의 분노가 폭발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연애, 결혼, 출산 등 당연히 누려야 할 꿈과 희망조차 잃은 ‘엔포 세대’가 ‘헬조선’을 탈출하기 위해 대거 투표장으로 몰려갔다는 것이다.

선거일인 13일 투표 현장에서 만난 젊은이들은 자신들의 고민과 아픔을 외면하고 있는 정부·여당을 향해 실망감을 쏟아냈다.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투표장에 나온 한정범(31)씨는 “결혼을 해야 할 나이라 결혼과 출산·육아 문제에 대한 걱정이 많다”며 “그러나 이번 선거를 보면 정책 경쟁을 하기보다는 자기 사람 심기에만 급급하거나 기득권 유지에만 신경을 쓰지 국민들을 위한 정치를 해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투표장을 향한 청년들의 발길은 수치로도 잡힌다. 지상파 방송3사(KBS·MBC·SBS)의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20대와 30대의 투표율은 4년 전 19대 총선에 비해 각각 13%포인트, 6%포인트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50대와 60대 이상의 투표율은 거의 변동이 없었다.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19대 총선의 실제 세대별 투표율은 20대 36.2%, 30대 43.3%, 40대 54.1%, 50대 65.1%, 60대 이상 69.9%로 조사됐다. 이에 반해 20대 총선 출구조사 결과는 20대 49.4%, 30대 49.5%, 40대 53.4%, 50대 65%, 60대 이상 70.6%로 나타났다. 아직 선관위의 20대 총선 세대별 투표율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19대 때 출구조사를 기준으로 견줘도 2030세대의 투표율 약진 경향은 확인된다.

국회의원 선거로는 이번 총선에서 처음 도입된 사전투표의 투표율이 12.2%에 이른 것도 젊은층의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데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사전투표의 연령대별 분포를 밝히지는 않고 있으나 김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역구 유세하면서 돌아다녀보면 청년층에서 사전투표를 많이 한 것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청년층의 투표율이 높을수록 야권에 유리하다는 것은 관외투표 결과를 통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관외투표는 군인, 학생 등이 타지에서 투표하는 것으로 대부분 젊은층에 해당한다. 경기 성남 분당갑의 경우 관외투표에서 권혁세 새누리당 후보는 3259표를 받은 반면 김병관 더민주 후보는 4348표를 얻어 33.4%를 더 득표했다. 그러나 전체 득표 차는 8%가량이어서 큰 차이를 보였다. 122석이 걸린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곳곳에서 새누리당과 더민주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펼친 점을 고려하면, 20~30대 유권자의 ‘분노투표’로 인한 투표율 상승이 ‘더민주 수도권 압승’의 견인차가 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문유진(25)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는 “박근혜 정부 들어서 세월호 사건, 국정교과서 등의 정치·사회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노동개혁 법안, 비정규직 증가 등 청년들을 실망시키는 일들이 많았다”며 “더 이상 참아서는 안 되는구나 하는 생각에 다들 나서게 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젊은이들의 투표율이 높아진 것은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난 게 아니다. 각 대학 총학생회는 물론 청년유니온과 알바노조, 민달팽이유니온 등 청년 단체들이 나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투표 참여를 적극적으로 권유한 결과다.

젊은이들의 높은 투표율은 30년 가까이 이어져온 정당의 지역구도를 허무는 뜻밖의 성과도 거두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텃밭으로 여겼던 호남을 잃고도 제1당으로 올라서게 된 데는 기존의 지역구도를 뛰어넘는 세대변수가 주효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지역적 연고와 정서에 얽매여 있지 않은 20~30대가 정책과 이념을 중심으로 판단을 내려줬기 때문에 변화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출처 : 한겨레 (2016.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