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넷우익과 한국의 일베충

일본의 사회심리학자 다카 후미아키가 최근 ‘일베의 광화문 폭식투쟁’을 보고 <한겨레21>에 글을 보내왔습니다. 일본의 한국인 차별 발언을 연구해온 다카는 일베의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무임승차’ 발언이나 여성과 호남인이 ‘특권’을 누려왔다는 주장 등이 차별 발언의 전형적인 발전 양상이라고 이야기합니다. _편집자

나는 현재 일본에 존재하는 재일한국인들을 상대로 한 편견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내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한자로 쓰는 내 이름 ‘高史明’가 한국인의 이름처럼 보인다는 이유로 학우나 교사들에게 여러 번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이던 1980~90년대면 재일한국인들이 일본에 건너와 정착한 지 이미 반세기가 지났을 때인데도 한국인에 대한 모욕적 행동이나 태도는 일본 사회에 여전했다. 그러니 최근 일본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재일한국인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은 지금에 와서 갑자기 나타난 문제는 아니다. 물론 민족적 편견이나 차별의 화살은 상황에 따라서 어떤 집단이든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경우 차별의 대상은 우연이 아니라 역사적 배경에 기초하여 표적이 되어왔다.

내 이름은 ‘고사명’…한국인 이름 닮아 받은 차별

20세기 말이 되면서는 한국인에 대한 편견이 표면화되는 일이 있더라도 그런 행위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규범이 어느 정도 자리잡고 있었다고 느껴진다. 물론 그 ‘규범’이 한국인에겐 충분치 못했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분별 있는 사회인들은 공개된 자리에서 그런 편견이나 태도를 표현하지 않는다고 어린 마음에도 실감하고 있었다.

상황이 바뀐 것은 2002년, 일본과 한국이 공동 주최한 월드컵에서 양국 응원단의 불화가 표면화하고 또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평양을 방문해 북한의 일본인 납치 사실이 밝혀진 즈음부터다.

그 시기부터 특히 익명 게시판인 한국의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와 비슷한 ‘채널2’를 중심으로 한국인에 대한 모욕적인 의견이 눈에 띄기 시작하더니 차차로 인터넷상의 여러 커뮤니티에 침투해갔다. 인터넷보다 좀 뒤늦게 현실사회에서도 차별 움직임이 나타나 한국인을 비방하는 농담이 일상적 대화 안에서도 조금씩 늘어났다. 2006년 이런 배경에서 나는 한국인에 대한 일본인들의 편견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우선 주목할 것은 재일한국인들이 일본에서 ‘특권’을 향유하며 살고 있다는 얘기가 인터넷상에 나도는 것이다. 미국의 흑인에 대한 차별 연구에서도 ‘흑인은 열등하다’는 노골적 차별이 “흑인은 자신의 노력 부족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더 이상 미국 사회에 존재하지 않는 차별에 대해 불만을 퍼부음으로써 부당한 특권을 얻고 있다”는 새로운 형태의 차별로 변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여기에는 20세기 후반기 나치의 인종정책에 대한 반성과 공민권 운동으로 인해 노골적인 차별의식이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못하게 된 배경이 깔려 있다고 생각된다. 이 새로운 차별의식은 흑인뿐만 아니라 여성이나 동성애자에게도 적용됐다. 지금 한국에서는 조선족들이 ‘특권’을 행사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고 들었는데 이것은 결코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언론을 의심하면서 ‘채널2’에 의존

2008~2011년 관련 연구를 위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앞서 지적한 ‘모욕적 편견’과 ‘특권이 있다는 편견’의 두 가지 요소를 찾아볼 수 있었다. 이 편견이 실제 어느 정도 어떤 형태로 표면에 드러나는지는 자세한 검토가 필요했다. 그래서 2012년 11월부터 2013년 2월까지 몇 가지 검색 용어(한국인, 조선인)로 트위터상에서 11만 건의 투고를 무작위로 수집·분석했다. 11만 건은 관련 투고의 극히 일부라고 할 수 있다. 2012년 8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다케시마(독도)에 상륙한 것과 관련해 일본에서 한국에 대한 강경론이 한창이던 시기였고, 때마침 12월 일본에서는 민주당 정권이 붕괴돼 총선거에서 강경 매파인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압승했다.

분석 결과 한국인과 관련된 11만 건의 트위트 중 70% 정도가 부정적 내용이었으며 또 극히 소수의 계정이 트위트의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트위트 수 상위 25개(0.06%) 계정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15%. 그 계정은 ‘봇’(bot)이라는 자동 트위트 프로그램을 이용해 평균적인 이용자보다 훨씬 많은 팔로어를 확보하고 있었다. 일본의 일반 트위터 사용자의 팔로어는 보통 200명 정도인데 1만5천 명이 넘는 팔로어를 가진 봇 계정도 있었다. 이 수는 일본의 트위터 사용자들이 밤낮없이 계속 차별적인 트위트에 접촉할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음을 의미한다.

다음으로 텍스트를 계량화하는 방식으로 투고 내용을 분석했다. 몇 가지 주제에 대한 관련 용어를 지정해, 그 용어가 포함된 글을 주제와 관련된 트위트인 것으로 프로그래밍했다. 그 결과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종류의 차별이 담긴 투고는 각각 10% 이상(노골적 차별이 10.75%, 특권 타령 등이 12.2%)이었다. 여기에는 ‘언론이 한국인과 관련한 무슨 진실을 감추고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는데 이는 거의 ‘채널2’ 혹은 ‘채널2’의 내용을 인용한 블로그에 쓰인 내용을 근거로 하고 있었다. 특히 일본 언론이 한국인에 의한 범죄를 ‘통명’(재일한국인이 쓰는 일본식 이름) 보도함으로써 부당한 이익을 얻고 있다는 내용이 눈에 띄었다. 언론이 사실을 보도하지 않는다고 의심하면서 더 균형감각을 잃기 쉬운 매체인 채널2에 의존한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이것은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들었다.

역사와 관련된 발언도 많았다. 이 또한 과거 일본인들의 한국인에 대한 가해 행위를 부정함으로써, 생활보호(한국의 생활기초연금)나 연금 같은 사회보장제도상에서 재일한국인들의 권리를 비난하는 것으로 악용돼왔다.

2014년 현재, 강조해야 할 것이 있다. 일본에서 한국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이뤄지는 주된 현장이 인터넷뿐이 아니라는 것이다. 재일한국인이 겪는 제도상의 차별은 오랫동안 중요한 문제로 제기돼왔다. 그런데 일반인들이 일상생활에서 한국인에게 차별과 편견을 당당하게 표현하는 것은 최근 1~2년 동안 급증하고 있다. 서점에는 한국(그리고 중국)을 비방·중상하는 서적들의 전문 코너가 마련되고, 지상파 텔레비전에도 일본을 찬양하고 한국을 비하하는 프로그램이 드물지 않다.

‘현실사회의 인터넷화’에 이르는 선택

위안부 문제에서도 <아사히신문>이 과거의 보도에 일부 잘못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자 이에 더해 위안부에 대한 일본의 가해 행위 자체를 부정하려는 사람이 많다. 오랫동안 인터넷상에서 차별이 배양돼온 토양에 여당으로 돌아온 자민당이 아베 총리를 중심으로 편견과 차별을 긍정하는 입장을 과시하는 현실이 자리한 것이다.

만약 ‘일베충’에 대한 해법에 골몰하는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교훈을 얻자면, 인터넷상의 폭력적인 ‘여론’에 영합하는 정치가를 선택한다면 ‘차별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사회적 규범을 단번에 붕괴시켜 ‘현실사회의 인터넷화’를 초래하리라는 것이다.

다카 후미아키 사회심리학자·일본 가나가와대학 비상근 강사

번역 김향청 재일동포 3세·자유기고가

출처: 한겨레(2014.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