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혼 주선 전문가의 이야기

재혼 만남만 14년째 주선하고 있는 박민정(51) 씨는 “결혼정보회사의 문을 두드리는 분들이 갖고 있는 환상을 깨는 게 커플매니저의 첫 번째 일”이라고 말했다.

“초혼에 실패한 한국의 엄마들은 막내까지 대학 보내놓고 나서야 ‘이제 내 인생 찾아야지’ 하거든요. 그러면 나이가 40대 후반~50대 초반입니다. 갱년기에 접어든 시기죠. 그런데 재혼하려는 또래 남자들은 갱년기 여성을 안 만나려고 합니다. 경제력 있는 전문직 남자를 원한다면 띠동갑까지 넓혀야 한다고 설득합니다. 그게 현실이니까요.”

반면 50대 이상의 남성은 최소한 자기 소유의 주택과 월 200만원 이상의 안정적 수입이 있어야 한다. 그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남성은 커플매니저가 가입을 받고 싶어도 받을 수가 없다. 여성 회원이 만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까다로운 가입조건 때문에 재혼팀에선 남성 회원이 늘 부족하다.

재혼하려는 여성 회원의 대다수는 남성의 경제력과 성품을 먼저 보고, 남성은 여성의 나이와 외모를 중요시한다. 그런데 재혼하려는 남성이 선호하는 얼굴은 초혼 때와 조금 다르다.

“여성 회원들 중에는 재혼을 위해 성형수술을 과하게 하는 분들이 많은데, 재혼하려는 남자들은 피부가 깨끗하고 밝은 인상을 원하지, 빼어난 외모를 요구하는 게 아니거든요. 괜히 비싼 돈 들여 한 성형수술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성과 남성 모두 다음으로 보는 게 자녀의 유무다. 결혼을 해서 분가를 했거나 취직해서 경제적으로 독립한 자녀라면 큰 상관이 없지만, 아직 학교를 다니며 같이 사는 자녀가 있다면 서로 따져야 할 게 많아진다.

“특히 여성 회원에게 뒷바라지하는 아들이 있다면 남성들은 대부분 꺼립니다. 상속과 관련된 문제 때문이죠. 그리고 장성한 사내아이와의 관계가 아무래도 부담스럽기도 하고요. 재혼한 뒤에 부부싸움을 하다 새아버지와 아들이 주먹다짐까지 가는 경우도 있거든요.”

자녀가 다 독립한 경우에는 재산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사후에 유산이 배우자에게 돌아갈까 우려해 호적에 올리는 걸 극구 반대하는 자녀가 많기 때문이다. 박민정 이사가 주선한 한 커플도 결혼을 앞두고 남성 쪽 자녀의 반대에 부닥쳤다.

최근에는 자녀의 반대와 재산 상속 문제에 휘말리는 게 싫어서 동거를 하는 커플도 늘어나는 추세다. 굳이 호적에 올리지 않고 연인 관계로 지내는 것이다.

출처: 한겨레 (2017.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