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공적연금, 6개월새 110조원 날려

일본 공적연금, 6개월새 110조원 날려

한국의 국민연금공단에 해당하는 일본의 연금적립금관리운영독립행정법인은 지난 26일 올해 2분기인 4~6월 운용실적을 공개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결정, 중국 등 신흥국 시장 부진, 엔고로 인한 일본 기업들의 실적악화 우려 등 삼중고를 이기지 못하고 석달 만에 5조2342억엔(57조6000억원, 수익률 -3.88%) 운용 손실을 기록했다. 연금관리법인은 지난 1~3월에도 4조7990억엔의 손실을 내 국민들의 노후를 책임져야 하는 공적연금 적립금 평가액이 올 들어 반년 만에 10조332억엔(110조5000억원)이나 줄어든 것이다.

공적연금 적립금이 이런 천문학적 손실을 기록하게 된 원인으로 2014년 10월 단행된 정부의 ‘주식투자 비중 확대’ 정책이 꼽히고 있다. 당시 일본 정부는 2013년 4월 단행된 아베노믹스의 뒤를 받쳐 주가를 부양하고, 적립금의 운용 수익원 확대·다양화를 위해 연금관리법인의 주식투자 비율을 24%에서 50%까지 2배로 늘렸다.

아베노믹스 효과로 주가가 오를 땐 ‘장밋빛 미래’가 보이는 듯했다. 연금관리법인은 주식투자 비중을 높인 첫 회계연도인 2014년(2014년 4월~2015년 3월)에는 15조2922억엔의 평가이익을 거뒀다. 그러나 엔고로 주식시장이 흔들리면서 지난해 (회계연도) 5조2098억엔 손실로 반전한 데 이어, 올 들어서도 4~6월 5조엔 넘는 손실을 기록한 것이다.

연금관리법인이 공개한 4~6월 운용실적을 보면, 중국 등 신흥국 경제위축과 엔고 여파로 외국과 국내 주식 양쪽에서 각각 2조4107억엔과 2조2574억엔의 손실이 났다. 그나마 국내 채권에서 난 이익(9383억엔)으로 손실 폭을 줄일 수 있었다. <아사히신문>은 “공적연금의 주식투자 비율을 50%로 늘린 2014년 9월부터 올 6월까지 누적 손익을 살펴보면 오히려 1조962억엔의 손해가 났다”고 지적했다.

출처: 한겨레 (2016.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