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아키에 스캔들

“아베 총리로부터 100만엔을 기부받았다.”(가고이케 야스노리 이사장)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배신’을 당한 일본 ‘극우 꼴통’ 인사의 물귀신 작전일까. 아이들에게 일본 군국주의 교육의 잔재인 ‘교육칙어’를 암송하게 하는 등 상식을 벗어난 극우 교육으로 물의를 일으켜 온 가고이케 모리토모학원 이사장의 거침없는 폭로전이 이어지고 있다.

가고이케 이사장은 아베 정권 내의 또다른 극우 인사인 이나다 도모미 방위상이 자신과의 관계를 전면 부인하자 “한때 내 고문 변호사를 맡은 적이 있다”는 사실을 폭로하며 그를 사임 위기에 몰아 넣은데 이어, 16일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기부금을 받았다는 새로운 사실을 밝히며 일본 정계에 커다란 충격파를 던졌다.

가고이케 이사장은 이날 국유지의 헐값 매수 의혹을 받고 있는 오사카 도요나가시의 초등학교 건설 부지에 현장조사를 나온 참의원 의원들에게 “헤이세이 27년(2015년) 8월 아베 아키에 부인이 우리 강연회에 왔을 때 ‘부디 이 돈을 써주세요’라고 했다. ‘누구로부터 온 돈인가요’라고 물으니 (아키에가) ‘아베 신조입니다’라고 답했다”고 폭로했다. 가고이케 이사장은 이 과정에서 그가 아베 총리의 부인인 아키에에게 “영수증은 어떻게 할까요” 라고 물으니 “괜찮다”고 응답했다는 사실까지 밝혔다.

가고이케 이사장의 이번 폭로가 엄청난 정치적 파급력을 갖는 이유는 아베 총리가 모리토모학원 스캔들이 처음 불거진 2월17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자신과 가고이케 이사장과의 관계를 정면 부정하며 “나나, 부인, 사무소가 연관돼 있다면 총리는 물론 국회의원도 그만두겠다”고 호언장담했기 때문이다.

가고이케 이사장의 폭로가 시작된 것은 학교 부지 헐값 매수 의혹에 대한 여론의 거센 비난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 10일 학교 설립인가 신청을 취하한 뒤다. 가고이케 이사장은 이 과정에서 자신과의 관계를 전면 부정한 극우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며 상당한 배신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학교 설립 인가 신청을 취하한 직후 일본의 독립 언론인 스가노 다모츠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왜 나 혼자만 나쁜 사람인 것 같은 취급을 받아야 하냐”고 반발했다. 그는 16일에도 “아베 총리는 나에게 끈덕지다고 말했지만, 2015년 그런 것(기부금)을 받은 다음에 (아베 총리와 나의) 마음과 마음이 하나였다고 당연히 인식했던 것”이라며 서운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출처: 한겨레 (2017.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