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쌀 대북지원으로 해결을

쌀 재고량 급증으로 쌀값이 해마다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남아도는 쌀을 북한에 지원하거나 사료용으로 쓰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주장이 나왔다.

17일 서울 양재동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에서 열린 ‘늘어나는 쌀 재고’ 정책토론회에서 김태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곡물관측실장은 “북한 쌀 지원이 남북의 정치적 관계에 달려 있긴 하지만 단기적인 쌀 과잉재고 처리방안으로 대북지원이 효과적”이라며 “최근 이산가족상봉 논의 등 남북관계가 호전되고 있어 분위기가 형성되면 언제든 대북지원 요구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매년 쌀 재고가 늘고 있지만 국내 수요가 받쳐주기 어렵고, 가지고 있을수록 시간이 지나면서 손실이 더 커지고 있다”며 “2002~2005년까지 매년 40만톤을 대북지원하면서 재고량이 크게 줄고 가격이 안정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산 쌀은 1995년(15만톤)부터 2010년(5천톤)까지 9차례에 걸쳐 총 180만5천톤이 북한에 지원됐다. 국내산 쌀뿐 아니라 외국산 쌀(85만톤)과 중국산 옥수수(20만톤)까지 합치면 북한에 총 1조1008억원어치의 곡물이 지원됐다. 쌀 대북지원은 2010년 이후 중단된 상태다. 이날 토론회에서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실장도 “단기적인 쌀 재고해결 방안으로 사료용으로 쓰거나 저소득층 복지로 무상지원하고, 필요한 경우엔 불가피하게 대북지원도 신중히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암 통일연구원 연구관리본부장은 “지금의 대북정책환경에서 대규모 북한 쌀 지원이 쉽지 않겠지만, 퍼주기 무상지원이 아니라 국군포로나 이산가족 확인 등 인도적 상호협력 방안으로 쌀 지원이 고려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10월31일(양곡연도 말) 기준 쌀 재고량은 135만2천톤에 이를 전망이다. 이에 따른 쌀 재고율은 32%로, 적정재고율(쌀 총소비량의 17~18%·정부양곡재고 목표)을 크게 웃돈다. 지난해 재고량(87만4천톤)에 견줘 올해 47만8천톤이 더 증가하는 등 쌀 재고과잉은 10여년째 지속되고 있다. 쌀소비는 급감하는데 2013년과 2014년에 역대 두번째로 높은 풍작을 보였기 때문이다. 쌀 관세화 유예 대가로 도입한 의무수입량(2014년 총 40만9천톤·이 중 밥쌀용 12만3천톤)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것도 재고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날 김 실장은 쌀 재고의 또다른 단기처방으로 쌀 50만톤 정도를 옥수수·밀을 대체하는 사료용으로 공급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종훈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관은 “밥쌀을 사료용으로 쓰는 건 사회 분위기에서 아직 어렵다”며 “쌀 대북지원도 지금 시점에선 논의하기에 적절치 않은 것같다”고 말했다.

출처: 한겨레 (2015.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