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경제 주춤대자 맥못추는 수출

우리나라 최대 무역 상대국인 중국의 성장 둔화가 가파르다. 작년 ‘나홀로 성장’을 구가한 미국 경제도 올 들어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예고했던 정책금리 인상 시기도 뒤로 미뤄지는 분위기다. 우리 경제의 외부여건에 불확실성이 더 커지고 있다. 지난달 말 한국은행은 올 1분기 성장률(0.8%) 속보치를 내놓으면서, 수출의 성장기여도가 -0.2%포인트라고 밝혔다.

지난해 3분기 이후 3분기 내리 수출 부진이 성장률을 끌어내리고 있다. 지난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4월 수출액은 462억1800만달러로 8.1%(전년동월비) 줄어들었다. 지난 1월(-0.96%) 마이너스로 돌아선 수출 증가율은 2월 -3.33%, 3월 -4.28%로, 매월 빠르게 감소폭이 커지고 있다. 수출부문에 적신호가 켜진 이유로 ‘환율 요인’을 주목하는 분석이 많다. 3년 남짓 이어지는 경상수지 흑자와 일본과 유럽 등 주요국의 완화적 통화·재정정책 탓에 원화가 강세를 보여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좀더 근본적인 원인은 줄어드는 ‘세계 수요’다. 수요 부족은 우리나라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에서 뚜렷하다. 중국 무역통계를 보면, 지난해 11월 수입액이 6.8% 줄어든 후 5개월 연속 수입액이 감소하고 있다. 올 1분기(1~3월) 수입액 감소율은 무려 17.9%에 이른다. 정민철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 사무관(중국경제 담당)은 “(중국의) 설비투자가 줄어들면서 자본재 수입이 줄고 있고, 소매 부문도 마찬가지로 취약하다. 성장률 둔화에 따라 나타나는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중국 성장률은 지난 2분기(7.5%) 이후 꾸준히 낮아지면서, 올 1분기엔 7.0%로 분기기준 6%대 문턱까지 내려왔다.

문제는 반전을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데 있다. 최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지급준비율을 1%포인트나 끌어내리는 부양 조처를 단행했지만, 중국의 경착륙을 우려하는 시선은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급증한 정부과 기업 부채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홍콩상하이은행(HSBC)의 아시아 경제 담당 책임자는 지난달 28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한 인터뷰에서 “일부에선 인민은행의 조처를 (유럽 중앙은행이 한) 양적완화와 비슷한 부양조처로 보지만, 실상은 다르다”며 “이번 조처는 지방정부의 심각한 부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부진을 그나마 메워주던 미국 경제도 최근 들어 주춤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액은 지난해 3월 이후 단 한차례도 빠지지 않고 매월 불어났다. 특히 지난해 4분기(10~12월)에는 매월 수출액 증가율이 두자릿수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런 증가세가 올해들어 둔화되더니 급기야 지난달엔 대미 수출액이 1년 전보다 2,7% 줄어들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발표한 미국 1분기 성장률은 0.2%(전기대비연율)로 시장 기대치 1.1%를 크게 밑돌았다. 하루 뒤 열린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성명서에서 종전의 “성장이 다소 완만하게 진행되고 있다”라는 문구를 빼고 “일시적인 요인이 반영되면서 성장이 느려졌다”라고 표현을 바꿨다.

앞서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23일 “올해 들어 미국 경제에 관한 가장 큰 질문은 유가 급락이라는 호재와 달러 강세라는 악재 중 어떤 것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지였다. 지금까지는 악재가 승리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미국의 경제 둔화는 우리 수출 환경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요소다. 나중혁 현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원화 강세 움직임이 (우리 경제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성장률 둔화는 수출 주도형 기업 비중이 큰 우리 경제엔 그리 달갑지 않은 사건”이라고 말했다. 미국 성장률 둔화가 달러 강세 현상을 누그러뜨리면서 원화 강세 압력을 높이는 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출처: 한겨레 (2015.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