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반한집회

일본의 큰 사회적 병폐로 지적돼 온 ‘헤이트 스피치’(반한 집회)를 막기 위한 법안이 다음달 일본 국회에 제출된다.

그동안 이 문제 해결에 앞장 서 온 아리타 요시후(62) 일본 민주당 참의원은 8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헤이트 스피치를 없애기 위한 인종차별철폐 기본법안(이하 기본법)이 완성 단계에 있어 이달 말 내용을 공개하고 이번 임시국회(11월30일 종료) 기간에 의원 입법 형식으로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베 신조 총리나 자민당에서도 헤이트 스피치는 있어선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으니, 일본 정부가 정말 이를 없앨 의지가 있는지는 우리가 법을 제출하고 나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년 동안 기본법의 입법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지난해 3월부터 국회 내에서 헤이트 스피치에 반대하는 집회를 세 차례 열었다. 이어 11월에 헤이트 스피치 연구모임을 발족시킨 뒤 전문가를 초청해 여러 번 만남을 가졌다. 해가 지나 기본법을 제정하려면 의원연맹이 필요하다는 조언에 따라 지난 4월에 ‘인종차별철폐 기본법을 요구하는 의원연맹’을 초당파로 결성했다. 이후 전문가들의 협력을 얻어가며 의원연맹 회장인 오가와 도시오 전 법무상(참의원 의원)의 이름으로 기본법의 초안을 만들었고 현재 법안의 내용을 조정 중이다. 이달 말에 오가와 회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내용을 밝히고, 다음달 중순께엔 국회에 의원 입법으로 제출할 예정이다.”

-법안의 내용은?

“헤이트 스피치를 형사·민사적으로 처벌하는 내용의 법률이 아니고, 일본이 1995년 가입한 인종차별금지조약을 구체화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정한 이념법이다. 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차별을 없애기 위해 조직을 만들고 노력을 하라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일부에서 반대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표현의 자유’ 위축과 같은 내용이 없어 어려운 논의가 이뤄질 게 없다.”

-자민당 등 여당은 법을 만들 의지가 있나?

“속은 어떤지 모르지만 자민당에서도 헤이트 스피치가 나쁜 것이라는 데는 동의한다. 지난 7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아베 총리도 법 규제에 대해 ‘각 당과 협의하며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현재 헤이트 스피치의 실태는 어떻나?

“(도쿄내 한류의 거리인) 신오쿠보에선 지난해 9월부터 일어나지 않는다지만 전국적으론 하루에 한번 꼴로 집회가 진행 중이다. 이에 반대하는 대항 운동이 시작돼 차별주의자들이 포위되고 있는 상황이긴 하다. 하지만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 위원도 지적했듯 집회 현장을 보면 차별주의자들이 경찰에게 보호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 일본 정부는 말하는 것과 행동이 다르기 때문에 정말 차별을 없앨 마음이 있는지는 우리가 법안을 낼 때 어떤 대응을 보이는지에 따라 확인될 것이다.”

-이 문제를 보는 국제 사회의 시선은 어떤가?

“지난 8월 말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위원회의 일본 정부에 대한 심사 현장에 다녀왔다. 결론부터 말하면 헤이트 스피치 등 인종차별 문제에 대한 일본의 인권 감각은 세계 기준에서 보면 몇십년이나 뒤쳐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일본이 조약에 가입한지 벌써 20년이 지났지만, 위원회로부터 인종차별을 금지하는 포괄적인 법을 만들라는 권고를 받을 정도로 일본에서 심한 차별이 횡행하고 있다.”

-위안부 관련 기사를 쓴 <아사히신문> 전직 기자에 대한 일본 우익의 협박도 헤이트 스피치와 관련이 있나?

“기본적으로 같은 것이다. 자신들은 어둠에 숨어서 다른 사람을 공격하고 그 가족들에까지 피해를 끼친다. 일본 사회가 곤란한 상황에 와 있다. 아베 정권의 체질이 사회에 반영돼 있는 것이라고밖에 달리 말할 수 없다.”

출처: 한겨레(2014.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