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서·인문학적 소양 통해 구직자 자질 평가

‘스펙초월 채용’이 기업의 신규채용 방식의 새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이를 채택하지는 않으면서도 기존의 ‘스펙’으로는 볼 수 없는 구직자의 자질을 평가하기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자기소개서를 중시하는 흐름과 인문학적 소양을 평가하는 채용 방식이 대표적이다.

■ 자기소개서 중시 씨제이 그룹은 상반기 채용 과정에서 ‘2020년 문화 트렌드는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3가지 키워드를 제시하고,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쓰고, 지원한 직무에 접목해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작성하도록 요구했다. 씨제이는 전부터 자기소개서를 중시해왔다. 씨제이 관계자는 “지원자의 학력이나 성별, 사진을 다 가리고 서류를 읽는다”며 “지원한 직무 분야의 과장급 이상 사원들이 자기소개서를 다 읽고 평가점수를 준다. 자기소개서에서 직무에 맞는 특장점을 본다”고 말했다.

지원자들에게 한 계열사의 한 가지 직무를 선택해 지원하게 하는 코오롱그룹도 자기소개서를 중시한다. 코오롱은 창의, 도전, 긍정, 미래지향이라는 4가지 인재 키워드 가운데 지원자가 강점을 가진 한 가지 키워드와 관련된 분야에 대해 자신의 재능을 잘 돋보이게 자기소개서를 쓰도록 요청한다. 지원자의 약점보다는 강점을 파악해 숨겨진 재능을 주요 항목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다. 코오롱 인사 담당자는 “한정된 분량 안에서 자신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성장과정을 어릴 때부터 나열하기보다는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를 특색있는 사례들을 통해 구체적으로 서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 인문학적 소양 평가 엘지그룹은 올해 하반기 채용에서 가족사항이나 과도한 스펙쌓기를 유도하는 인턴·봉사활동 경력, 어학성적, 외국 활동 경험의 항목을 제외하는 대신, 적성검사 유형에 인문 역량(한자, 한국사)을 새로 추가했다. 전체 125개 문항 가운데 20개 문항이 포함된다. 신세계그룹은 10명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하반기 채용 계획을 검토중인데, 면접 방식에서 역사, 문화 예술 등 인문학적 소양을 중점적으로 평가하기로 했다. 정용진 부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면접의 명칭도 ‘자신의 꿈을 발표하는 무대’라는 뜻을 담은 ‘드림 스테이지’로 바꾼다. 인문학적 소양 자체만이 아니라, 그런 소양을 키우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도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다. 포스코는 한국사 관련 자격증 소지자를 선발 과정에서 우대한다.

이에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인적성검사에서 역사 에세이를 처음 도입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에는 ‘세종대왕이 과거시험에 출제했던 현명한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 구별법이라는 문제를 자신이라면 어떻게 답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냈고, 하반기 시험에도 역사 에세이를 출제한다. 삼성, 에스케이, 지에스 그룹도 올해 상반기 채용 때 인적성검사 시험에 역사문제를 늘린 바 있다.

출처: 한겨레신문 (2014.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