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선배님

모교인 성심여고서도 대자보(大字報)

철도파업 강경대처 등 비판

박근혜 대통령의 모교인 서울 용산구 성심여고 학생들이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대열에 동참했다.

자신을 ‘단지 한국에서 안녕하고 싶었던 곧 고삼’(고등학교 2학년생)이라고만 밝힌 한 학생은 20일 오전 학교 정문에 붙인 대자보에서 박 대통령을 ‘선배님’이라 부르며 철도노조 파업에 대한 정부의 강경한 대처를 비판했다. 대자보에는 “정부는 철도 파업이 불법 파업이며, (철도를) 민영화 할 생각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우리 선배님께서는 친히 프랑스를 방문해 ‘철도시장 개방’을 약속했다”고 꼬집는 내용이 담겼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파문도 언급됐다. 이 학생은 “국정원 비리가 터졌을 때도 정부는 숨기기 급급했고, 비판하는 누군가는 종북으로 몰아갔다”고 썼다. 이어 이 학생은 “한 국가에서 주인은 국민이고 국민의 이익을 실천하는 것이 공직자인데 공직자들은 우리를 자꾸 우물안으로 몰아넣고 자신들의 이익만 찾기에 급급한 게 현실이다. 어리다고 치부(置簿)받는 우리들이 깨어나고 일어선다면 지금은 안녕하지 못한 우리나라가 훗날에는 더 안녕할 수 있는 나라로 바뀔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한 학생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퍼지고 있는 안부 인사들을, 서울역에 모이고 있는 촛불들을 본 적이 있는가. 국민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현 정부의 민영화 추진에 대해, 그리고 그 사실을 공정하게 보도하지 못하고 그저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는데 급급한 언론들에 대해서 알고 있는가”라는 내용의 대자보를 학교 건물 외벽에 부착했다.

특히 이 학생은 “원칙대로 하는 게 불통이라고 한다면 자랑스런 불통”이라는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의 발언과 관련해 “소통없는 정치가 자랑스러운 불통이 되는, 학생들은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정치적 의견을 가지면 안된다고 말하는 대한민국에서 우리들의 미래와 우리들의 꿈은 절대 안녕하지 못할 것”이라고 썼다.

이 학교 관계자는 “학생들에게도 표현의 자유가 있는 만큼 이 대자보를 철거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다만 앞으로는 학생들이 실명을 밝히고, 정해진 절차에 따라 대자보를 부착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출처: 한겨레신문 (2013.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