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먹히는 ‘아베노믹스’ 궤도 수정 목소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간판 정책인 ‘아베노믹스’ 도입 3주년을 맞아 “개인들의 실질소득이 오히려 줄어들었다”며 정책 수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본격화되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5일 사설에서 “(아베노믹스로) 대기업과 부유층이 얻은 혜택에 견줘, 중소기업이나 대다수 노동자들이 얻은 효과는 부족하다. 부가 물방울 떨어지듯 아래로 확산되는 ‘트리클다운’ 효과는 실현되지 않았고, 국민들의 실질소득은 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같은 일본 경제의 현실을 비판하면서 정부에 아베노믹스의 “한계를 인정하고 궤도 수정을 하라”고 요구했다. 때마침 4일은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대규모 양적 완화를 시작한 3주년이기도 해 다른 언론에서도 “임금 상승이 정체된 상태이고 소비도 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베 총리는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을 뼈대로 한 아베노믹스를 통해 엔저를 유도하면, 이것이 기업의 수출을 늘리고, 큰 돈을 번 기업이 임금을 올려 개인 소비가 늘어날 것이란 ‘선순환 구조’를 강조해 왔다. 정책 실시 초기에는 정부 의도가 어느 정도 적중해 도요타자동차 등 수출 기업들은 지난 3년간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했고 대기업 중심으로 임금 상승도 이뤄졌다.

그러나 성과는 거기까지였다. 2014년 4월 소비세 증세(5→8%) 이후 개인 소비가 급격히 위축된 데 이어 중국경제 부진 등 외부 악재까지 겹쳐 수출 증가세도 꺾였다. 구로다 총재는 지난 2월 일본 금융역사상 최초로 ‘마이너스 금리’ 카드까지 빼들었지만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만 커지고 있다.

일본 진보 진영에선 아베노믹스가 실패한 근본적인 이유로 대기업은 눈부신 실적 증대를 거두고 있으나, 개인의 실질소득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후생노동성이 지난 2월 발표한 ‘매월 노동총계’를 보면, 지난해 실질임금은 전년보다 오히려 0.9% 감소해 실질임금 하락세가 4년째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 결과, 총무성이 매달 발표하는 실질소비수준 추이도 지난해 11월 92.8(2010년 평균 100)까지 급락했다. 이는 일본의 소비수준이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95.4) 때보다 더 악화됐음을 뜻한다.

대기업의 성과가 서민들과 공유되지 않는 것은 정규직 중심이었던 일본 고용시장 구조가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들어 비정규직이 급증하는 등 급속히 변화했기 때문이다.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전체 노동자의 15% 정도에 불과했던 일본의 비정규직은 지난해 37.5%(1980만명)까지 늘어난 상황이다. 대기업들이 수출로 큰 돈을 벌어도 그 성과가 사회와 나눌 수 있는 고용 구조가 해체되고, 이는 다시 민간 소비부진으로 이어져 기업 자체도 어려워지는 악순환 구조로 들어선 것이다.

출처: 한겨레 (2016.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