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역사적 핑퐁 그만두자

한껏 기대를 부풀렸던 러-일 정상회담이 결국 영토 문제에 대한 양국간 입장 차이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썰렁한 분위기로 끝나고 말았다.

화기애애하던 기자회견 분위기는 <산케이신문>이 푸틴 대통령을 향해 “일본에 유연성을 요구했는데 당신이 보여줄 수 있는 유연성은 뭐냐”는 공격적인 질문을 하면서 깨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푸틴 대통령은 “이 질문에 답하려면 양국간 역사 얘기를 해야한다”며

△1905년 러일전쟁을 통해 러시아가 일본에게 패해 북위 50도 이하 사할린 영토를 내준 점

△당시 많은 러시아인들이 고향을 떠나 쫓겨났던 점

△1956년 소-일 공동선언 때 미국이 양국간 평화협정을 막기 위해 위협했던 점

△4개 섬을 내주면 미군 주둔 위험으로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러시아 극동함대에 위협이 생긴다는 점 등을 10분 넘게 설명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은 “역사적인 핑퐁은 그만두는 게 좋다”고 말을 마쳤다. 러시아의 영토 주권은 2차대전의 승리의 결과라는 러시아의 인식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영토 문제에 대해 푸틴 대통령이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는 요인은 두 가지로 해석된다. 첫째 친러 성향인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러시아에게 일본의 전략적 중요성이 감소했다.

또 러시아가 크림반도와 시리아 등에서 전쟁을 수행하는 상황에서 영토 문제에 대해 양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강경론자들의 반발을 푸틴 대통령이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출처: 한겨레 (2016.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