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가계부채

가계부채 6월말 1040조원

외환위기 뒤 가파른 증가세

3년안 만기도래 25%나 달해

금융시장 불안 경제회복 걸림돌

지난 6월 말 기준 판매신용을 합한 한국의 가계부채는 1040조원에 달하였고 1년 전에 비해 6.2% 증가하였다. 가계부채의 가처분소득에 대한 비율은 164%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133%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미국에서 이 비율이 127%일 때 서브프라임(비우량 담보대출) 위기가 발생했고 현재는 다소 줄어 115% 수준이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수많은 가계에 원리금 상환의 고통을 주고 있고 금융기관 경영에 잠재적 위험요인이다. 물론 가계부채가 많다고 경제에 항상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가계부채의 국내총생산(GDP), 가처분소득 대비 비율이 한국보다 높은 덴마크, 네덜란드, 스위스 등에서는 높은 가계부채 수준이 경제시스템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 국가들은 실업률이 낮거나 가계의 금융자산도 많아 가계의 부채 상환 능력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외환위기 이후 가파르게 증가하기 시작하였다.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들이 부채 구조조정에 들어가자 가계가 은행의 주 고객으로 등장하였다. 특히 2000년대 들어 주택담보대출이 급격하게 상승하였다. 이는 가격이 표준화된 아파트 가구의 증가, 주택담보대출의 주 대상인 30~50대 인구의 증가 등이 주요인이 되었다. 아파트 가구는 2000년 525만에서 2010년 817만으로 늘었으나, 단독주택 가구는 같은 기간 711만에서 687만가구로 줄었다. 더욱이 가계대출 금리가 2000년 9%대에서 2005년 6% 초반까지 하락하였고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는 높아졌다.

실제로 주택가격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까지 꾸준히 상승하였다.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가계는 경쟁적으로 주택구입에 나서고 은행은 주택 관련 신용을 확대함에 따라 주택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였다. 이에 정부는 기존의 담보인정비율(LTV) 규제에 더하여 일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실시하여 가까스로 주택가격 폭등과 주택구입 열풍을 잠재우게 되었다. 현재 가계부채의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는 하우스푸어, 깡통주택 소유자의 상당부분이 총부채상환비율 규제 전에 대출을 통해 주택을 구입한 가구라고 추정된다.

이론적으로 개인은 평생소득을 추정한 뒤, 부채를 활용하여 소비를 유연하게 하거나 소비 시점을 조정하여 효용을 극대화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개인은 항상 합리적이지 않고, 또한 평생소득을 추정하기도 쉽지 않다. 개인의 소비는 한번 올라간 소비수준이 소득과 관계없이 내려오기 힘들거나(톱니효과), 사회 전체의 소비 행태를 따라가는(전시효과) 경향이 있다. 한국의 카드사태 당시 전형적인 소비의 전시효과가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당시 대규모의 신용불량자가 양산되었다.

출처: 한겨레 (2014.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