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질타하는 한국의 인권 현실

유엔이 질타(叱咜)하는 한국의 인권 현실

한국 정부가 집회·결사(結社)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는 내용의 유엔 인권이사회 보고서가 15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공개됐다.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은 농민이 7개월 넘게 사경(死境)을 헤매고 있는데도 가해자 처벌은커녕 한마디 사과조차 없는 정부에 대한 당연한 질책이다. 하필 보고서 공개 직후 경찰은 낙선운동을 이유로 시민단체 사무실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하고 나섰으니 스스로 인권탄압국임을 자인하는 꼴이다.

지난 1월 한국을 방문조사했던 유엔 특별보고관은 보고서에서 “안보를 이유로 인권이 희생돼선 안 된다”며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는 것은 한국이 이제까지 쌓아온 모든 것을 훼손(毁損)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의 인권 침해 사실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는 보고서는 참담한 우리 인권 현실의 민낯이다. 보고서는 농민 백남기씨 사례를 들어 물대포가 무차별적으로 사용되고 있어 “집회 참가자들에게 심각한 위해를 가할 위험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전교조 법외노조화와 공무원노조 설립신고 거부도 “결사의 자유 침해”라며 정부에 시정을 요구했다.

특히 세월호 참사에 대해 별도의 항목을 두어, 진상 규명 요구를 “정부 자체를 약화시키려는 시도와 동일시하는 것은 민주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것은 정부가 귀담아들어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집회나 노조의 파업에 대해 가혹한 민형사 책임을 묻는 최근의 기류와 관련해 집회·결사 자유의 ‘본질에 대한 침해’라고 지적한 것도 정부나 회사 쪽이 허투루 넘길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4월 국경없는기자회가 발표한 언론자유지수에서 노무현 정부 시절 31위에서 역대 최하위인 70위로 떨어졌다. ‘인권과 자유의 추락’을 상징해주는 수치다.

출처: 한겨레 (2016.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