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 징역 5년 판결

“피고인 이재용을 징역 5년에 처한다.”

대한민국의 최고 경제권력도 법의 심판을 피해 가지 못했다. 지난해 말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타올랐던 ‘촛불 민심’이 결국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적폐로 꼽히는 정경유착을 단죄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또 이날 판결로 한때 대한민국 최고 정치권력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처벌 가능성도 크게 높아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진동)가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하자 법정에선 낮은 탄식이 터져 나왔다. 이 부회장은 피고인석에서 일어나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표정 변화 없이 정면을 응시했다.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최지성(66) 전 실장(부회장)과 장충기(63) 전 차장(사장)도 담담한 표정으로 재판부의 선고를 들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라”는 재판부의 말에 누구도 반응하지 않았다.

이날 법정에 선 삼성 쪽 5명의 피고인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박상진(64)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사장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황성수(55) 전 삼성전자 스포츠기획팀장(전무)이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아 실형을 면했다.

재판부는 이날 선고에서 이번 삼성 뇌물 사건에 대해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부도덕한 밀착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 최고 정치권력자인 대통령과 대규모 기업집단이 관련된 정경유착이라는 병폐가 과거사가 아닌 현실이라는 사실로 인한 신뢰감 상실은 회복하기 쉽지 않다”고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출처: 한겨레 (2017.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