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도로보군’ 도쿄대 낙방

아라이 노리코 교수는 2011년부터 지금까지 “‘도로보군’이라고 이름 지은 인공지능을 자식처럼 키우면서 도쿄대학에 합격시키는 것을 목표로 도전해온 수학자”다. 100여명의 과학자들이 도로보군의 도쿄대 입학을 도왔다. 출제경향과 문제유형을 분석하고 과목별 공략법도 세웠다. 유명 입시학원에서 출제한 모의고사를 반복해서 치르며 문제해결 능력을 높여나갔다

‘바둑과 체스를 인간보다 잘하는 인공지능이 대학입학시험쯤이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방대한 데이터를 입력한 뒤 검색기능을 잘 활용하면 ‘암기과목’은 식은 죽 먹기가 아닐까. 연산능력이 인간보다 훨씬 뛰어나니 수학은 또 얼마나 잘하겠는가. 평범한 일본인들은 이처럼 태평한 생각을 하며 도로보군이 도쿄대에 입학할 날이 머지않다고 여겼으나, 연구자들의 사정은 전혀 달랐다

7년을 공들인 보람이 있어, 도로보군은 전체 수험생의 상위 20%에 해당하는 우등생으로 성장했다. 명문 사립대 진학도 노려봄 직한 실력이다. 그러나 목표했던 도쿄대학은 갈 수 없었다. 아라이 교수는 이 대목에서 인공지능과의 경쟁을 코앞에 두고 있는 인류의 실낱 같은 희망을 본다.

아라이 교수는 “지금 일본의 가장 큰 위험은 인간을 능가하는 인공지능의 출현이 아니라, 단순 암기와 반복적인 문제풀이에 치중할 뿐 독해력을 기르는 데는 소홀한 학교 교육”이라고 강조한다. 비단 일본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출처: 한겨레 (2018.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