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로봇을 구별할 수 있는 단어는?

“심판관 앞에 당신과 똑똑한 로봇이 함께 서 있다고 상상해보십시오. 심판관을 볼 수는 없습니다. 심판관은 둘 중 누가 사람인지 가려낼 것입니다. 심판관이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자는 살 것이고, 로봇이라고 생각하는 자는 죽을 것입니다. 당신과 로봇은 둘 다 살고 싶어합니다. 심판관은 공정하고 똑똑합니다. 심판관이 말합니다. ‘영어 사전에서 한 단어를 골라 제출하십시오. 이 단어에 근거해 누가 사람인지 판단하겠습니다.’ 당신은 어떤 단어를 선택할 것입니까?”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감정 영역에 속하는 ‘사랑’이었다. 전체 답변의 14%인 134명이 이 단어를 꼽았다. 이어 연민(Compassion, 33명, 3.5%), 인간(human, 30명, 3.2%), 제발(Please, 25명, 2.7 %)이 그 뒤를 이었다. 네 단어의 점유율을 합하면 모두 24%에 이른다. 연구진은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단어들을 비슷한 것끼리 묶어봤다. 그 결과 정서(행복 등), 믿음과 용서(예수 등), 음식(바나나 등), 로봇과 동물(개 등), 삶과 죽음(가족 등), 신체 기능과 비속어(성기 등) 6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었다고 한다. 이 6가지 범주에서 가장 선택빈도가 높은 단어는 자비(Mercy), 공감(Empathy), 로봇(Robot), 바나나, 살아 있는(Alive), 똥(Poop)이었다.

연구진은 2000명의 다른 실험참가자들을 대상으로 2차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사랑’, ‘자비’, ‘연민’ 같은 단어들이 선택받는 비율이 높았다.

그러나 이 단어들보다 선택 비율이 훨씬 더 높은 단어가 있었다. 바로 ‘똥’이었다. 입에 올리기 거북살스러운 단어가 최고의 튜링 테스트 단어로 꼽힌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진은 ‘똥’이란 단어가 사람의 특정한 신체 기능을 가리키는 점, 그리고 사람들한테 재미있는 감정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단어라는 점을 그 이유로 꼽았다.

출처: 한겨레 (2018.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