国情院、政治介入糾弾デモ

당시 지상파 방송들은 참여 인원이 5000~1만명가량인 초창기부터 적극적으로 보도했다. 2008년 5월2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처음 촛불집회가 열렸을 때, 한국방송은 중계차를 보내 취재했고, 이날 <뉴스9>에서 8번째 꼭지로 상황을 자세히 전달했다. 당시 집회 참여자는 1만명 정도였다. 문화방송은 이날 <뉴스데스크>에서 정치권 공방을 다루며 촛불집회 장면을 영상으로 내보내고, 이튿날부터는 4번째 꼭지로 집회 현장을 보도하는 등 적극적으로 보도했다. 에스비에스도 3번째 꼭지에서 촛불집회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고, ‘온라인에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소식도 전했다.

국정원 정치 개입 규탄 촛불집회는 지난달 21일 대학생들의 주도로 서울광장에서 처음 열린 뒤 주말마다 꾸준히 열리며 전국적으로 확산되어왔다. 7월13일 서울 집회에는 2만여명이 참여했고, 이번 주말에도 대대적인 집회가 열릴 전망이다. 종교계·시민단체·학계 등에서 시국선언도 잇따른다.

6월21일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에 항의하는 첫 촛불집회 개최 이후 지상파 방송들이 저녁 메인뉴스에서 내보낸 촛불집회 보도는 단 4건에 불과하고 그나마 대부분 단신이다. 한국방송은 6월22일과 7월6일 ‘간추린 뉴스’로 “진보와 보수단체 집회가 잇따랐다”는 식으로 촛불집회 소식을 짧게 전했다. 에스비에스는 6월22일과 28일 ‘진보와 보수의 시위 대립’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고, 문화방송은 관련 소식을 한 건도 전하지 않았다. 이는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일어난 촛불집회에 견줄 때 눈에 띄게 소극적인 보도 태도다. 사안의 성격은 다른 면이 있지만, 정권 초기에 일어난 대대적 정부 비판 집회라는 점과 ‘민주주의’의 가치가 쟁점이라는 점에서 두 사건은 자주 비교된다.

지난 한 달간 주말마다 ‘국가정보원 정치 개입’을 규탄하는 대대적인 촛불집회가 열렸지만, <한국방송>(KBS)·<문화방송>(MBC)·<에스비에스>(SBS) 등 지상파 방송들은 철저히 외면해 결과적으로 ‘촛불 끄기’에 동참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정원 정치개입 규탄’ 촛불집회 외면하는 지상파 방송들

대학가·학계·종교계 시국선언에 집회 꾸준히 열리며 확산되는데 단신처리 3~4건뿐…보도 불방사태도 “전방위적 정권 감싸기” 비판

방송사 내부에서도 촛불집회를 외면하는 태도에 대해 ‘전방위적 정권 감싸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방송 새노조 공정방송추진위원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서울 도심에서 2만여명이 모이는 집회가 열리는데도 한국방송은 촬영조차 나가지 않았다. 보도본부에서는 ‘신중한 접근’을 내세우지만, 신중한 접근이 보도를 안 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애초 촛불집회의 발단이 된 국정원 정치 개입 사건 자체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촛불집회에도 침묵하고 있다는 풀이도 나온다. 2008년 보도를 보면, 당시 지상파 방송들은 촛불집회뿐 아니라 이를 촉발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와 인간광우병의 위험, 국민 불안을 촉발한 정부의 태도 등도 폭넓게 다뤘다. 문화방송은 2008년 5월2일 “지난해까지도 위험 물질은 절대로 수입하지 않겠다던 정부가 미국과의 협상 뒤에 말을 바꿨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불거진 국정원 정치 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이처럼 적극적인 보도를 찾기 어려울 뿐 아니라, 오히려 <시사매거진 2580>에서 준비한 국정원 관련 보도가 불방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문화방송의 한 기자는 “보도국 내부에 ‘2008년 촛불집회 때처럼 가면 안 된다’는 기류가 있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 장악 이후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언론 본연의 일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한겨레신문. (2013.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