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한국경제에 희망은 있는가

2015년 경제 전망이 밝지 않다. 성장률 전망치가 3% 중·후반대로, 올해(3.4%)와 별 차이 없다. 기업들에 전망을 물어보면 모두 비명부터 지른다. 저성장-저물가의 악순환이 우려되는 디플레이션 조짐, 유가 폭락, 엔화가치 하락, 중국의 성장둔화, 러시아 금융위기 등 안팎의 불확실성이 한국을 짓누른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승리 직후인 2012년 바로 오늘 ‘새로운 변화와 개혁을 통한 국민행복시대 구현’을 약속했다. “저는 다시 한번 ‘잘 살아보세’의 신화를 만들어…이 추운 겨울에 따뜻하고 편안한 잠자리에 드실 수 있도록 국민 한 분 한 분의 생활을 챙기겠습니다.”

그 후 2년이 흘렀다. 하지만 변화와 개혁을 실감하고, 이전보다 더 행복해졌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드물다. 대선 때 대통령의 싱크탱크 역할을 한 국가미래연구원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조차 정부가 경제운용을 잘못한다는 응답이 70%를 넘었다.

과연 무엇이 잘못됐을까? 전문가들은 정부가 당장의 경기부양에만 매달려 체질개선과 구조개혁을 등한시한 것을 지적한다. 암 환자에게 근본 치료는 않고 당장의 통증 완화를 위해 모르핀 주사만 놓았다는 얘기다.

좀더 근본적으로는 환자를 고칠 치료법조차 제대로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한 예로 정부 여당이 경제활성화를 내걸고 제출한 수많은 법안들이 아직도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필요한 정책은 신속히 처리하고, 잘못된 정책은 폐기하거나 수정해서 새 정책을 마련하는 합리적 프로세스가 실종된 지 오래다. 모두 이념·빈부·지역·세대별 진영논리와 당리당략에 빠져 허우적댄다. 100년 전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는 결과를 낳은 분열상과 똑같다면 과장일까?

한국 경제의 해법을 마련하려면 사회의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합의는 서로의 양보를 전제로 한다. 또 양보를 하면 궁극적으로 각자에게 이익이 된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한국 사회는 그 믿음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늘의 양보와 타협이 미래에는 모두의 혜택으로 돌아오도록 하는 사회·경제 운용의 큰 원칙을 만들면 어떨까? 변양호 전 보고펀드 대표는 그 원칙으로 “잘하는 사람이 잘되는 사회 구현, 잘하지 못하거나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에 대한 사회적 배려(복지)”를 제시한다. ‘땅콩 회항’의 주역인 조현아씨는 스스로의 능력이 뛰어나 대한항공 부사장 자리에 오른 게 아니다. 그런 사회는 발전할 수 없다. 어려운 사람을 위한 배려를 강조하다가 자칫 잘하는 사람의 발목까지 잡는 오류도 경계 대상이다.

잘하는 사람이 잘되려면 ‘공정한 경쟁’이 중요하다. ‘땀과 눈물’에는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고, 반칙과 특혜는 인정되지 않아야 한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법과 규범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엄격한 페널티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죄를 지으면 재벌 회장도 감옥에 가고, 규정을 어기면 회장의 딸이라도 처벌받아야 한다.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 확립’이 핵심인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과 같은 내용이다.

외국의 예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 모델은 경제위기 속에서도 가장 안정적으로 경제를 꾸려가는 원동력으로 꼽힌다. 독일모델의 원칙은 두가지로 요약한다.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국민 모두가 먹을 수 있도록 파이를 최대한 키우고, 그 파이를 공정하게 나눠서 모두가 파이를 키우는 데 협력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바로 성장과 분배의 병행이다.

이제 우리 모두 2015년 한국 경제의 희망 찾기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출처: 2014.12.21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