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조빌딩 86미터

19세기 후반 이후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크게 높인 일등공신은 철근과 콘크리트였다. 잘 타지 않고 하중에 견디는 힘이 큰 철근 콘크리트 덕분에 도시의 스카이라인은 쑥쑥 높아져 현재 지상 1km에 근접했다. 세계 최고층 빌딩인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는 높이가 828m에 이른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선 사상 최초로 1km가 넘는 높이 1007m의 제다타워가 2020년대 초반 완공을 목표로 건설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 건물의 주된 자재는 일반 목재를 겹겹이 쌓아 강도를 높인 집성목과 집성교차목(CLT=Cross Laminated timber)이다. 집성교차목은 나뭇결을 서로 직각으로 교차(cross)시켜 쌓은 합판을 말한다. 1990년대 유럽에서 개발된 이 직교적층 방식은 나무의 단점인 휨과 뒤틀림이 없고 강도는 훨씬 높다. 모엘벤은 건물 상층부 7개층은 목재 대신 콘크리트 슬라브를 사용했다. 건물 흔들림으로 거주자들이 느낄 수 있는 멀미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목재보다 무거운 콘크리트를 쓰면 건물이 바람에 흔들리는 속도가 줄어들면서 거주자들이 느끼는 메스꺼움 같은 부작용이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초고층도시건축학회는 주기둥과 수평 보 등 구조물의 핵심 골격을 목재로 쓰면 나머지 부분은 다른 자재를 쓰더라도 목조빌딩으로 인정한다.

출처: 한겨레 (2019.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