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할배들은 왜 꼰대가 되었을까

“박 대통령은 당장 계엄을 선포해 빨갱이들을 모조리 잡아넣어야 한다.”“대통령이 하야할 만큼 큰 죄 지은 거 없다.”지난 12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 100만명 이상이 운집해서 사상 최대의 촛불집회를 벌이던 날, 여의도 의사당 앞에선 보수단체 회원들 700여명이 모여 ‘박근혜 퇴진 반대 집회’를 열었다. ‘임기보장’, ‘국가수호’ 같은 손팻말을 흔들며 “종북좌파를 때려잡자”고 나선 이들 대부분은 60~70대의 노년층이었다.국가적 사안이 있을 때마다 격렬한 구호로 극우세력의 전초병이 되어왔던 노인들을, 일당벌이를 위해 동원된 알바부대로 치부하는 건 안일한 단순화이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쳐서 20대 지지율이 0%로 집계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 속에서도 60대 이상 지지율은 13%로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한국갤럽, 11월11일 주간집계. 일주일 뒤인 18일 주간집계에선 20대와 60대 이상 지지율이 각각 1%와 9%로, 격차가 조금 줄었다.)내전의 상처 속에서 밥을 굶고 배움의 기회를 잃었던 불행한 세대, 산업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하면 된다’는 구호 아래 전투 같은 생존경쟁을 버텨온 세대, 권력 아래 숨죽이며 탐욕과 연줄의 성공 회로에서 거듭 도태되어온 세대. ‘성장신화’와 ‘국가안보’는 그들 남루한 인생의 가장 빛나는 자부심이다. 그 가치가 도전받을 때, 노인들은 자기 인생을 모독당한 양 서슬 퍼런 적개심을 드러낸다. 세상은 변화를 부인하는 그들을 혐오하고, 그들은 변화를 외치는 세상을 불온시한다. 그들과의 소통은 불가능한 것일까?최근 출간된 <할배의 탄생>은, 그들의 눈높이에서 그들의 입으로 그들의 인생을 돌아본 구술생애사의 기록이다. 특별히 내세울 간판도 없이, 가난하고 평범하게 살아온 70대 남성 노인 두 사람의 인생사를 담은 <할배의 탄생>에는 ‘어르신과 꼰대 사이, 가난한 남성성의 시원을 찾아’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글쓴이는 독거노인생활관리사인 최현숙(59)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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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70993.html?_fr=mt3#csidx913bee63d875dcab342a008c971f0c5

출처: 한겨레 (2016.11.19)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70993.html?_fr=mt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