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의 삶과 생각’ 되새기는 일본 시민들

8회째 열린 추도행사에 300명 참석

아사히 사설 “이웃과 공생 염원”

윤동주 시인. 한겨레 자료 사진

일본 <아사히신문>은 2일 ‘비극적인 시인의 마음을 가슴에’라는 제목의 통단 사설을 통해 70년 전 일본에서 옥사한 윤동주(1917~1945) 시인을 소개하며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촉구했다.이 신문은 최근 일본 각지에서 열린 윤동주 시인 추모 행사와 윤 시인의 대표작 <서시> 등을 소개하며 “피지배라는 현실을 벗어나는 것과 함께 이웃과 함께 공생을 절실히 염원했던 윤동주의 시는 지금의 일본과 한국을 이어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윤동주는 항상 보편적으로 무엇이 옳은지 생각했다. 나라와 나라의 관계가 있어도 절대 개인을 미워하지는 않았다”는 야나기하라 야스코 ‘시인 윤동주를 기념하는 릿쿄의 모임’ 대표의 말을 전하면서, “현재의 일-한 관계는 윤동주의 눈에 어떻게 비칠까”라는 질문을 던졌다.위안부 문제 등으로 얼음장처럼 얼어붙은 한-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선 다시금 ‘윤동주 정신’을 생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본의 지한파들을 중심으로 커져가고 있다. 윤동주가 1945년 2월 옥사한 후쿠오카에선 그의 시비를 만들기 위한 시비건립위원회가 발족했고, 윤동주가 도시샤대학 시절 소풍을 갔던 사진이 남아 있는 교토 우지시 등에선 시비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벌써 몇해째 진행 중이다.지난달 22일 시인 윤동주의 모교인 도쿄 릿쿄대학에선 그의 사망 70주년을 맞아 ‘시인 윤동주와 함께·2015’라는 제목의 조촐한 추도 행사가 열렸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은 이날 행사엔 윤동주의 시를 사랑하고 한-일 관계의 개선을 바라는 일본 시민들 3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장에서 만난 다고 기치로(58) 전 <엔에이치케이>(NHK) 방송 프로듀서는 20년 전인 1995년 해방 50주년을 맞아 <한국방송>과 함께 윤동주에 관한 한·일 공동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적이 있다. 그는 “일본인들이 윤동주를 통해 일본의 근대사와 한국인의 고통과 고뇌를 알았으면 한다는 생각으로 다큐를 만들었다”고 말했다.시인 윤동주를 통해 한국을 접한 이들은 2003년 <겨울연가>를 통해 한류 붐이 불기 이전부터 한국과 인연을 맺어온 사람들이다. 야나기하라 야스코 대표는 1990년 아들의 한국 방문을 계기로 윤동주를 알게 됐고, 22일 추도행사에서 윤동주의 작품 <풍경>을 낭독한 극단 ‘청년’의 배우 히로토 사토시는 17~18년 전 숨진 선배의 유품인 시집을 통해 그를 만났다. <윤동주 평전>을 써낸 송우혜 작가는 “윤동주는 자신이 꿈꾼 세상을 못 보고 숨지고 말았다. 그러나 이후 조선은 독립이 됐고 지금은 윤동주가 꿈꾼 것처럼 완벽하진 않지만 예전보다 훨씬 더 부끄러움이 없는 시대가 됐다. 그를 통해 한-일 시민들의 새로운 인연이 피어났다”고 말했다.

출처: 한겨레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