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위기설

‘9월 위기설’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중국 경제가 둔화된 가운데 9월에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신흥국에서 대규모 자금이 이탈해 일부 국가에서 부도가 발생할 수 있다는 가정이다.

정말 9월에 위기가 발생할까? 가능성이 높지 않다. 주식시장에는 위기와 관련한 속설이 하나 있다. ‘예고된 위기는 발생하지 않는다’가 그것이다. 위기가 발생하려면 세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우선 위기 상황이 있어야 하고, 정부가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이 없어야 하며, 위기 상황을 과소평가해 대책을 세우지 않는 어리석음을 범해야 한다. 지금은 셋 중 어떤 조건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 상황이 안 좋은 게 사실이지만, 위기를 얘기할 정도는 아니다. 중국의 성장률이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건 경제 구조상 당연한 일이다.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발생하고 외환보유고가 세계 1위인 점을 감안하면 위기 발생의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정부 정책도 마찬가지다.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 위기를 거치면서 각국 정부의 위기 대처 능력이 향상됐다. 위기를 겪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상황을 과소 평가할 가능성도 없다.

9월에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달러가 강세가 되고, 자금이 신흥국에서 계속 빠져 나올까? 1980년 이후 달러가 장기적인 강세를 기록했던 적이 세 번 있었다. 첫 번째는 1980년부터 5년간인데 달러인덱스가 54.7% 상승했다. 달러인덱스는 달러와 다른 주요국 통화 관계를 지수화한 것으로, 이 지수가 상승한다는 건 달러가 다른 통화에 비해 절상이 된다는 의미다. 또 한번은 1995년부터 2002년까지 7년간으로, 달러인덱스가 43.2% 상승했다. 그리고 이번이다. 2011년에 시작해 지금까지 달러가 39% 절상 됐다.

미국 경제가 장기 호황을 누리고, 금리차가 훨씬 컸던 때와 최근의 달러 강세가 유사한 수준이다. 이런 수치를 보면 금리 인상 효과가 이미 달러화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판단된다. 작년 7월 이후 그런 현상이 특히 두드러졌는데 신흥국 통화 대부분이 달러에 대해 30% 가까이 절하 됐다. 통화 약세는 자금 이탈을 촉진했는데 지난해와 올해 8월 중순까지 2306억달러와 3234달러가 신흥국에서 빠져 나왔다.

미국 금리 인상 효과는 가변적이다. 자금 이동이 더 빨라질 가능성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오랜 재료가 사라졌다는 생각으로 달러가 약해질 수도 있다. 금리 인상을 염두에 둔 자금이라면 인상 전에 대부분 움직였을 가능성이 있다. 어떤 경우가 됐던 금리 인상이 위기로 발전하지 않을 것 같다. 만일 금리 인상을 전후해 주가가 떨어진다면 이는 금리 인상 효과보다 주가가 너무 올라 조정에 들어가는 부분이 금리 인상과 맞물린 때문일 거다.

출처: 한겨레 (2015.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