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새삼 주목받는 세월호

“취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취재를 통해 이번 사고가 누구의 잘못인지 알 수 있게 됐으면 좋겠습니다.”(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

일본의 한 민영 방송사가 최근 내보낸 ‘세월호’ 특집 방송이 일본뿐 아니라 한국 사회에까지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 배경에는 294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사고가 일어난 지 벌써 5개월이 넘었는데도 제대로 된 진상규명 작업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깊은 절망감이 자리하고 있다.

화제의 프로그램은 ‘산케이’ 계열의 방송국 <후지테레비>에서 매주 일요일 오후 10시 방송하는 ‘미스터 선데이’였다. 이 방송은 지난 21일 특집방송 ‘세월호 침몰의 진실’(사진)에서 참사의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11개의 선내 영상, 275장의 사진, 그리고 관계자 72명의 증언을 바탕으로 이번 사고를 재구성했다.

배가 기운 당시 선내 상황을 생존 학생 3명의 증언을 중심으로 치밀하게 재연하고 있어, 사고 직후 단원고 학생을 포함한 승객들이 느꼈을 공포와 절망감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방송을 본 한-일 양국 누리꾼들은 ‘유튜브’ 등을 통해 “분노와 창피함을 금할 길이 없다”(한국) “일본도 (후쿠시마 원전 참사 등) 자국의 사고를 잊으면 안 된다”(일본)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진행자 미야네 세지(51)가 스튜디오의 패널들에게 던진 질문은 한국인들의 가슴에 비수처럼 꽂힌다. “단순히 294명이 숨졌다고 말하지만, 그 한명 한명에게 꿈이 있고, 인생이 있고, 가족이 있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더 아프다.” “(학생들이) 어렵게 취재에 응한 것은 한국에서 진실이 밝혀지지 않기 때문이다.” “진실이 확인되면 자기 입장이 어려워지는 정치인이 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마저 든다.”

패널로 출연한 언론인 다케다 게이고는 “(이번 사고로 드러난 한국 사회의 부패 등의 문제를) 박근혜 대통령이 남은 임기를 다 써서 해결하지 않으면 다시 이런 사고가 발생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한겨레신문(2014.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