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142년만에…‘미 경제패권’ 흔든다

세계은행, 구매력 적용 GDP 비교 올 말 추정치로 세계 1위 예상

환율 기준 지디피는 미국 절반 구매력평가 적용땐 격차 줄어

미 주도 세계경제 세기적 변동 신흥국 약진…영·일 규모 줄어

중국이 올해 구매력평가(PPP)로 환산한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설 것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30일 보도했다. 세계 경제 규모 순위에서 왕좌가 바뀌는 것은 1872년 미국이 영국을 추월한 지 142년 만의 일이다. 금융위기 이래 더 뚜렷해진 달러 패권의 약화와 더불어 미국이 1세기 넘게 지켜온 세계 경제 패권을 뒤흔드는 상징적 사건이다.

이 신문은 세계은행이 이날 내놓은 ‘세계 경제의 구매력평가와 실지출: 2011년 국제비교프로그램(ICP) 결과 요약’ 보고서를 바탕으로 중국 경제가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미국을 추월하고 있다고 전했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2019년께 중국이 미국을 제칠 것으로 예상했으나 중국의 부상은 실제로 훨씬 빨랐던 셈이다.

세계은행 보고서를 보면, 구매력평가 기준으로 2011년 미국 지디피는 15조5338억달러이고 중국은 13조4959억달러로 중국의 경제 규모가 미국의 86.9% 수준까지 추격했다. 2005년 중국이 미국의 43.1%에 불과했던 상황과 비교하면 괄목상대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국제통화기금(IMF)은 2011년부터 2014년 사이에 미국 경제는 7.6% 성장하는 반면 중국 경제는 24% 성장할 것으로 추정한다. 이에 따라 중국이 올해 미국을 앞지를 것 같다”고 전망했다.

물론 세계은행이 환율 기반 방식으로 산출한 2011년 중국의 지디피 규모는 7조3000억달러로 미국 15조5000억달러의 절반에 못 미친다. 하지만 변동성이 심한 환율 기준보다는 실질 상품과 서비스 가격을 반영한 구매력평가 기준을 적용하는 게 경제 규모를 비교하는 훨씬 나은 방식으로 평가된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강조했다. 세계은행은 자체 구매력평가 방식을 기준으로 한 국가별 지디피 보고서를 2005년 처음 내놓은 데 이어 이번에 두번째로 내놓았는데, 이 자료는 국제통화기금 등에서 두루 인용되며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구매력평가 기준 지디피로 보면 중국뿐 아니라 신흥국들의 부상이 뚜렷하다. 이에 따라 세계 경제질서에서 이들의 목소리가 더 크게 반영되어야 한다는 논란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2011년 기준으로 인도의 환율 방식 지디피는 1조8000억달러에 그치지만 구매력평가를 적용하면 5조7000억달러다. 인도는 2005년 미국 경제 규모의 18.9%에서 2011년 37.1%에 도달했다. 마찬가지로 러시아, 브라질, 인도네시아, 멕시코 등 신흥국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한국은 환율 방식 지디피가 1조1000억달러인데, 구매력평가 기준 지디피는 1조4000억달러다. 경제 규모는 2005년 미국의 8.3%에서 2011년 9.3%로 늘어났다. 반면 2005년부터 2011년 사이 일본의 미국 경제 대비 비중은 31.3%에서 28.2%로, 영국도 15.4%에서 14.2%로 줄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런 수치는 세계 경제의 풍경을 혁명적으로 바꿔놓는다”며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 같은 국제 경제기구들의 지배력에 대한 논란이 거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등 신흥국들의 강해진 경제적 위상을 반영해 국제 경제 질서가 개편돼야 한다는 논의가 힘을 받을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최근 중국 경제 성장이 점차 둔화되어 위기론이 나오는 상황을 고려하면 지금까지의 추이가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중국 정부 산하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중국사회과학원은 29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7.4% 정도라고 밝혀, 정부의 공식 목표치인 7.5% 정도를 달성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임을 시사했다.

출처: 한겨레신문(2014.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