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문보영》 문보영, 최가은
우리의 커피가 지면이 되고 배경이 되는 일이다. 그런데 커피의 지면 위에 쓰여진 텍스트가 우리에겐 또 그리 어색하지 않은 일이라서, 어쩌면 처음부터 이렇게 될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예상은 했지만 예상보다 더 재밌게 이 일을 지켜봐 주시는 것 같다. 문보영이라니! 놀라시는 분들이 제법 많은데, 연재님의 섭외 능력에 사실 나조차도 놀랐다. 그러니 나도 모른다. 어떻게 된 일인지.
우리의 커피가 지면이 되고 배경이 되는 일이다. 그런데 커피의 지면 위에 쓰여진 텍스트가 우리에겐 또 그리 어색하지 않은 일이라서, 어쩌면 처음부터 이렇게 될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예상은 했지만 예상보다 더 재밌게 이 일을 지켜봐 주시는 것 같다. 문보영이라니! 놀라시는 분들이 제법 많은데, 연재님의 섭외 능력에 사실 나조차도 놀랐다. 그러니 나도 모른다. 어떻게 된 일인지.
문보영
시를 쓴다. 『책기둥』, 『배틀그라운드』, 『모래비가 내리는 모래 서점』이 있다. 엽서에 시를 써서 친구 방문 아래로 배달하는 취미가 있다.
시인 문보영 @opendooropenit
평론가 최가은 @geschoi__
편집/기획 김연재 @youngjaiiiii
제작 커피플레이스 @coffeeplace.go
‘읽-‘ 프로젝트 4호의 주제는 ‘시’입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문보영 작가님과 함께합니다.
문보영 작가님은 시인이면서 소설가이자 일기 광인(?)이십니다. 또 구독자에게 일기를 손 편지나 메일로 보내는 일기 딜리버리의 운영자이자 브이로그를 올리는 유튜버이기도 하세요.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작업을 이어 나가는 문보영 작가님은 기존의 책과 다른 개념, 다른 방식의 책을 만들고자 하는 이 프로젝트에 잘 맞는 분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읽-‘ 프로젝트 4호 문보영 시집 『문보영』 은 문보영 작가님의 시 5편이 인쇄된 드립백 5개와 노란색과 보라색의 편지 봉투의 구성입니다. 편지 봉투에는 문보영 작가님, 최가은 평론가님 두 분의 대화 <구르는 사랑> 1, 2편이 들어갑니다. 지금까지는 드립백과 함께 인터뷰가 실린 출력물이 들어갔지만, 이번 호에는 시와 함께 읽을 수 있는 텍스트로 구성했습니다.
대화에 참여하신 최가은 평론가님은 주로 시와 소설에 관한 비평을 쓰면서 시 읽기 북클럽, 문학 비평 강의를 진행하십니다. 그 외에도 ‘정말’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계시며 문보영 작가님의 일기와 관련된 글을 발표하셨습니다. 문보영 작가님이 커피플레이스에서 발표할 새로운 시에 대해 가장 즐거워하실 분이라 생각했습니다.
처음 두 분께 제안한 구성은 문보영 작가님의 일기-에세이와 최가은 평론가님의 독서 후기였는데요, 두 분께서 제안 주신 새로운 글도 무척 재밌습니다. ‘포스트잇 권법’ 이라는 포스트잇으로 글 쓰기 프로젝트 - 두 분이 포스트잇에 글을 쓰고 만나서 쓴 글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놀이- 를 통해 나온 문학 수다 형식의 글입니다. 문학을 좋아하는 친구 두 명이 신나게 이야기하는 장면을 담은 것 같달까요?
이번 호는 드립백의 커피도 기존과 다른 형식입니다. 로스터가 5편의 시를 읽고 느낀 이미지를 바탕으로 만든 블랜드로 이름은 '문보영'입니다. 콜롬비아 세로아줄 게이샤와 콜롬비아 엘 오브라헤 게이샤를 블렌딩하여, 명료하지만 단순하지 않고 꾸미지 않으나 아름다운 문보영의 문장을 커피로 표현해 보았습니다. 시처럼, 커피도 읽히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1. 작가님 인사말. 그리고, 아이오와에서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안녕하세요, 시 쓰는 문보영입니다. 저는 지금 아이오와에서 작가 레지던시를 하고 있어요. 동료 작가들과 한 호텔에 묵어서, 시를 쓴 엽서를 서로의 방문 아래로 배달하곤 해요. 아이오와는 하늘이 넓고 나무가 많아요. 그래서 많이 걷고요, 시는 안 쓰고 있어요!
2. 이 프로젝트를 제안받았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는지, 어떤 기분이셨는지 궁금해요.
드립백에 시가 적힐 것을 생각하니 기뻤어요. 시는 읽고도 버릴 수 없는데, 커피 봉투는 버릴 수 있잖아요. 그래서 다 읽고 나면 시가 사라질 테고, 기억 속에서만 음미할 수 있겠죠.
3. 드립백에 인쇄되는 시를 쓸 때 재밌었던 점과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분량이 제한되어 있어서 다 쓰고 다듬어야 했는데요, 그 과정이 재미있었어요. 시를 줄이는 게임이랄까요. 테트리스를 하듯 블록을 끼워 맞추는 과정에서 시가 변화했는데, 이렇게 해도 말이 되고 저렇게 해도 말이 되는 거예요. 시 네 이놈, 줏대가 없구나! 어쩌면 저는 시의 줏대 없음을 사랑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4. 편지 봉투에 들어간 최가은 평론가님과의 대화 <구르는 사랑>은 어디에서 시작하게 되었나요?
최가은 평론가와 함께 작업할 수 있어서 기뻤어요. 제 안에 있는 장난기를 끄집어내는 친구거든요. 어느 날 최가은 평론가와 다이소를 갔어요. 곰인형도 사고 포스트잇도 샀어요. 그리고 각자 포스트잇을 백 장씩 나눠 갖고 몇 주 뒤에 다시 만났어요. 그동안 포스트잇에 온갖 낙서 를 하고 만난 거죠. 그 포스트잇을 벽에 붙이니 어마무시했어요. 그 2주 동안 글을 안 썼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우리 모두 글을 벽만큼 썼던 거지요. 아무것도 안 해도 자라는 다리털처럼 글은 알아서 쓰이고 있었던 거예요. <구르는 사랑>도 포스트잇에 끄적인 낙서 "나답지 않는 시를 쓰자"에서 시작했어요.
Q 김연재(편집자)
A 문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