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근무를 마치고 다시 작업실로 출근했습니다. 새로운 커피를 테스트해 봐야 하거든요. 먼저 물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 커피가 추출될 다양한 물 컨디션 중 중간 정도의 물을 말입니다. (커피 한 잔 맛보기 힘들어요.) 만든 물로 커피를 추출합니다. 15배수를 선택할지 16배수를 선택할지는 추구하는 농도에 따라 다릅니다. 16배수에 맞춰 추출해 봅니다. 두 번 정도 맛을 보고는 그대로 자리에 앉습니다. 이만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게 참 얼마나 고맙던지. 다시 해볼 힘이 없어 오늘은 그만 포기했을지도 모르거든요. 어쨌든 새로운 케냐입니다. 이름도 귀여운 띠리쿠입니다.

Kenya Tiriku AB

지역 : Nyeri

고도 : 1,880 - 1,970m

품종 : SL28

가공 : Washed 수세식

플로럴, 자몽, 블랙 커런트, 케인 슈가

선명한 향미가 느껴져서 이제 그만 쉬어도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커피를 만드는 사람에게 위안이란 그런 것이죠. 몇 번의 틀림과 몇 번의 수정을 거치더라도 결국 그 진짜 모습을 보는 것 말입니다. 그래서 가끔 커피를 만드는 사람들이 진리를 탐구하는 철학자 같다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우리는 끝내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하겠지만, 알고자 함을 멈추지는 않을 테니까요. 오늘도 안녕히.

2023년 3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