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칸을 준비할 때는 또 조금 다른 마음이 된다. 어쩌면 와이칸을 처음 접했을 때의 기억, 과일 초콜릿이 떠올랐던 그 첫 경험의 기억을 복원하고자 함이 아닐까, 생각한다. 매번 작년을 반성하며 올핸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그 원형에 근접했다고 생각해 출시를 결정한다.
샘플링을 마치고 작년에 썼던 글을 다시 읽었다. 그때의 다짐과 마음들이 그대로 느껴졌다. 그리고 그 마음이 올해와 크게 다르지 않음에 안도했다. 같은 마음으로 살아간다는 것 말이다. 그 편리함에 대해 종종 이야기했다. 마음이 달라지지 않았으니, 올해는 작년에 썼던 글을 그대로 인용한다.
Guatemala Waykan
와이칸
지역 : Huehuetenango
고도 : 1,100 ~ 1,800m
품종 : Typica, Caturra, Bourbon, Catuai, Paches
가공 : Fully Washed
검붉은 체리, 크렌베리, 초콜릿
마땅히 해내야 할 이유와 그럼에도 다 해낼 수 없는 이유 사이에서 어쩌면 우린 매번 싸우고 고뇌하고 아픈 것 아닐까. 매번 최선을 다했지만, 매번 만족스러웠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니 나의 꿈은 충분히 들여다보는 것, 그런 시간이 주어지는 것이었다. 꿈을 이루었다는 자각이 들었던 순간, 더는 변명의 여지도 없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잘하지 못할 이유가 사라지고서야 결국 해낸다는 것은 그만한 무게를 견디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각자의 이유라는 것이 어쩌면 각자의 도피처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것이 하던 대로 할 수 없는 이유이고, 처음부터 다시 들여다보아야 할 이유였다. 오늘도 안녕히.
2024년 1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