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Peru Vituya
비투야는 화려함을 대변합니다. 페루 커피의 화려함이 궁금하시다면, 단연 추천하는 커피입니다.
비투야는 화려함을 대변합니다. 페루 커피의 화려함이 궁금하시다면, 단연 추천하는 커피입니다.
PERU COFFEE PROJECT #02
Peru Vituya
두 번째 커피입니다. 이번엔 재배 고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커피를 바라보는 식견이 넓어지는 만큼 커피를 통해 얻는 즐거움 역시 커지리라 믿습니다.
송호석 : 저는 고도 예찬론자입니다. 높은 고도가 빚어낸 커피가 당연히 맛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 드리고 싶은 커피는 VITUYA입니다. 이 커피를 처음 만난 건 2019년 크롭에서 였습니다. 커핑테이블에 놓은 커피 중에 가장 화려하고 다채로운 특징을 뿜어냈던 녀석이었습니다. 커핑을 통해 선택한 이 커피의 세부 정보를 보고는 괜스레 뿌듯했습니다. 1,900 ~ 2,200m의 고도를 보면서 역시(?)나 했던 것이죠.
정동욱 : 재배 고도는 로스터의 입장에서도 매우 중요한 지표입니다. 생두의 밀도와 더불어 로스팅의 접근 방식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거든요. 페루를 생각하면 고도가 높은 도시들이 떠오르는데요, 농장들의 해발고도가 다른 산지들에 비해 높은 편인가요? 더불어 높은 고도에서 자란 커피들은 어떤 특징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송호석 : 높은 고도에서 자랐다는 자체보다는 그 고도를 둘러싼 기후가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교차가 큰 기후는 커피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고, 서늘한 기후는 커피나무의 생장을 늦춥니다. 그래서 더욱 생존을 위한 에너지 축적에 힘을 쏟는 것이 중요합니다. 광합성 그리고 수분 흡수를 통해 얻게 된 영양분이 농축된 생두는 그 안에 담긴 높은 여러 가지 향미 성분이 두드러지게 표현될 여지가 있습니다. 그래서 보다 다채로우며, 숨겨진 보석 같은 향미를 마주할 수 있습니다.
정동욱 : 네. 더딘 생장이 도리어 에너지를 축적할 수 있다는 점이 멋집니다. 비투야, 이곳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송호석 : 아마조나스라는 주명에서 알 수 있듯이 아마존 기후를 지닌 지역이며, 2,500m에 이르는 고산지대이기에 커피를 재배할 수 있는 오묘한 미시기후 지역이 곳곳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저지대는 상대적으로 습하고, 고지대로 올라갈수록 서늘한 환경이 갖춰져 있는 이 지역의 미시기후는 일조량을 조절하는 천혜의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직사광선에도 약하고, 햇볕이 없는 환경 또한 싫어하는 커피라는 녀석에게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셈입니다. 게다가 안데스산맥의 비옥한 토양(색은 검고, 습기를 많이 머금고 있는 토양)과 급격한 경사면은 커피의 뿌리에 충분한 영양을 공급하고, 뿌리에 물이 머무는 시간을 적게 하여 웃자람을 방지하는 최적의 조건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비투야 지역은 해발고도 1,800m 지대를 시작으로 2,500m에 이르는 산간지대로 앞서 설명한 커피 재배에 최적의 떼루아를 갖추고 있습니다. 아마도 제가 만난 페루의 커피 생산지역 중에서 가장 높은 해발고도가 이 지역이었습니다. 비옥한 토양과 미시기후 그리고 성실한 사람들이 만들어 낸 비투야는 그들의 노력을 가득 담고 있습니다.
정동욱 : 로스터로서 높은 재배 고도는 복합적인 향미에 대한 기대감과 더불어 로스팅 하기 어려운 단단한 생두라는 부담감이 동시에 생기는 커피입니다. 뭔가 숙제를 주신 기분이네요. 교수님. 굉장히 오래되어 보이는 성벽은 무엇인가요?
송호석 : 이 커피가 탄생한 차차포야스는 해발고도 2,300m에 위치한 아마조나스 주의 주도입니다. 이 도시는 잉카 문명과 맞서 싸우던 ‘차차포야스 문명’이 번성하던 곳이고, 최후 항전지라 할 수 있는 ‘쿠엘랍(Kuelap)’이라는 공중요새가 바로 그것입니다. 해발고도도 ‘마추픽추’보다 더 높고, 역사도 더 긴 유적인데, 아직 이곳을 방문한 한국 사람은 저 외에는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정동욱 : 그렇다면 지금 이 공중요새의 모습을 본 한국 사람이 거의 없겠군요. 그곳에서 재배된 커피를 우리가 맛보게 되는 것이고요. 아주 놀랍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커피를 추천하시는 이유가 있다면요.
송호석 : 이 커피는 카투라와 티피카 품종이 혼합된 커피입니다. 고지대에서 자랐을 때 포텐셜이 더 높아지는 티피카가 지닌 플로럴 그리고 중남미의 화려함의 대표주자인 ‘카투라’가 만나 절묘한 하모니를 이루었습니다. 앞서 소개한 ‘윌더 가르시아 티피카(Wilder Garcia Typica)’가 단맛을 중심으로 허브의 뉘앙스와 플로럴 그리고 잔잔하게 이어지는 향신료가 특징이었다면, 비투야는 화려함을 대변합니다. 페루 커피의 화려함이 궁금하시다면, 단연 추천하는 커피입니다.
Peru Vituya
Region : Vituya, Chachapoyas, Amazonas
Altitude : 1,900- 2,200m
Variety : CATURA, TYPICA
Process : WASHED
Producer : Vituya farmers union
리치, 파인애플, 천도복숭아, 카라멜
송호석) 비투야는 제가 만난 페루 커피 중 가장 높은 해발고도에서 재배 된 커피였습니다. 높은 고도는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복합적인 색채를 지닌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커피를 둘러싼 높은 고도가 지닌 떼루아가 오롯이 새겨져 있다고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서늘한 기후가 빚어낸 산미와 비옥한 토양에서 축척된 단맛 그리고 천혜의 조건으로 조절되는 일조량과 공기 중 습도는 이 지역의 향기를 담뿍 머금은 생두를 완성시켰습니다. 이처럼 고루 담긴 다채로움 중 어떤건 표현해 낼 것인가는 온전히 로스팅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만난 비투야는 매우 화려했습니다. 마치 무지개를 닮았달까요? 한 잔에 담긴 무지개를 찾아보시며, 한 모금 또 한 모금을 즐겨주시기를 바랍니다.
정동욱) 로스터의 입장에서 생두의 재배 고도는 양가적인 감정에 빠지게 합니다. 향미가 다채로울 것이라는 기대감과 더불어 로스팅이 어려울 것이라는 불안감이 그것이죠. 배기의 세팅, 초기 화력과 로스팅 구간별 열량 설정은 커피를 가장 잘 익히기 위한 방식으로 프로파일링 합니다. 그럼에도 겨우 익거나 덜 익는 경우가 많습니다. 페루 프로젝트 두 번째 커피 비투야는 예상과 달랐습니다. 물론 재배 고도와 밀도만이 로스팅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죠. 저는 특히나 수분 활성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만, 단향까지 깨끗하게 추출된 샘플을 보며 안도감이 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입니다. 네. 단맛이 가득한 과일바구니 같습니다. 언젠가 우리 모두가 함께였을 때 나눠 먹었던 아이스크림 같기도 하고요. 오늘도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