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오던 일이라 해오던 방식이 있고 그래서 익숙한 그 프로토콜을 따르다 보면 금방 끝나는 일을 다시 이렇게 어렵게 끌고 온 이유는, 해오던 일이니 해오던 방식대로 해도 괜찮은가? 이 질문이 갑작스레 생겨난 탓입니다. 해오던 방식은 과거의 내가 내린 결론이고, 그래서 그 또한 나의 결론이니 그러면 안 될 일도 아니겠지만 이대로 가도 괜찮은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쉽사리 하지 못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한 것입니다. 네. 오늘의 나는 과거의 나를 이겼을까요?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것이 오늘의 결론입니다.
GUATEMALA WAYKAN
Medium Roast
검붉은 체리, 케인슈가, 과일캔디
지역 : HUEHUETENANGO
고도 : 1,100 ~ 1,800m
품종 : Typica 외 4종
가공 : Fully Washed
마땅히 해내야 할 이유들과 그럼에도 다 해낼 수 없는 이유들 사이에서 어쩌면 우린 매번 싸우고 고뇌하고 아픈 것 아닐까. 매번 최선을 다했지만 매번 만족스러웠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니 나의 꿈은 충분히 들여다보는 것, 그런 시간이 주어지는 것이었다. 꿈을 이루었다는 자각이 들었던 순간, 더는 변명의 여지도 없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잘하지 못할 이유가 사라지고서야 결국 해낸다는 것은 그만한 무게를 견디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각자의 이유라는 것이 어쩌면 각자의 도피처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것이 하던 대로 할 수 없는 이유이고, 처음부터 다시 들여다보아야 할 이유였다. 오늘도 안녕히.
2023년 7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