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 2024
Summer Night
키위, 패션프룻, 민트, 레몬그라스, 유칼립투스
어떻게 이런 향미의 커피가 존재할까요? 물론 이 새로움이 낯설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낯설어서 아름다운. 그렇지 않습니까? 아름다운 모든 것들은 조금씩 낯선 얼굴을 하고 있잖아요.
#1 모티프
바다에는 해무가 가득했다. 팔을 뻗었을 때 손끝이 겨우 보일 정도로 짙은 해무였다. 크기조차 가늠이 되지 않는 해변을 걷고 또 걸었다. 등대같이 커다란 바위를 돌아 나가자 멀리 오색등이 밤바다를 밝히고 있었다. 부유하는 입자들과 충돌해 산란하는 불빛들, 멀리서 들리는 폭죽 소리만이 유일하게 현재를 인식하게 했다.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간간이 들렸다. 희미한 형체들. 시간마저 모호하게 흐르는 바다에는 과거의 내가 그리고 미래의 네가 살고 있다.
#2 언어
컵 노트를 연상하듯, 커피의 향미가 어떤 이미지를 혹은 어떤 기억을 불러일으킨다면 어떨까. 커피의 향미가 선으로, 색으로, 자음과 모음으로 작동해 또다른 언어가 되어 어떤 이야기를 들려 줄 수 있다면 어떨까. 그리하여 커피를 통해 우리가 더욱 많은 대화를 할 수 있다면 어떨까. 2015년부터 여름밤이라는 커피를 매해 만들어 오고 있다. 그사이 얼마나 많은 여름밤이 또 우리 삶을 통과했을까.
#3 여름밤
여름 밤바다를 떠올리기에 부족함이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그 접점이 각자가 가진 추억일지 낭만일지 그게 아니라면 그저 바다를 보며 마신 탄산수일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분명한 건, 여름과 어울리는 과일 톤과 허브 계열의 향미가 만나 아주 익숙하면서 생경한 느낌의 커피가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올해의 여름밤은 이 커피로 기억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 생각해 보니 그거 꽤 근사한 일이네요. 오늘도 안녕히.
Colombia Santuario Campo Hermoso Huila Geisha
캄포 에르모소 게이샤
지역 : Huila
고도 : 1,650m ~ 2,000m
품종 : Geisha
가공 : Washed Fermented Mossto
EK43 12
95도- (디개싱에 따라 온도를 낮춰주세요)
16.5(coffee) - 264(water) X16
TDS 1.35%
Yield 18.28%
Color 84.4
2024년 7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