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안녕하세요 대표님, 커피는 좋아하시나요?
A. 네. 안녕하세요. 커피를 좋아한다는 건 뭘까 생각해보게 되네요. 그래도 올 해로 16년째 커피를 하고 있으니 싫진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대답을 해보자 면 커피가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맛과 향이 인지되는 순간에 머리속으로 그 려지는 그림이랄까 색체랄까 하는 것들은 어떤 예술작품보다도 아름다워요. 그리고 아름다운 것을 우리는 모두 좋아하지요.
Q. 사실 세 번째 작가는 내정해 둔 상황이었습니다. 갑자기 작가를 대표님으로 바꿔버린 제 제안이 어떻게 다가오셨나요?
A. 앞서 훌륭한 두분의 작가님의 작품들로 진행한 뒤라 이렇게 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죠. 특히 내정해 둔 다음 작가님의 시를 읽고 많은 감동을 받았기 때 문에 더더욱이요.
Q. 네이버 블로그는 어떤 계기로 시작하셨나요?
A. 커피를 시작하기 전에 소설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어요. 커피를 시작한 뒤에 도 언젠가 소설을 쓰고싶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아요. 꾸준히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고 소설은 쓸 시간이 없으니 내가 하고 있는 일, 커피에 대한 글을 써 보 면 어떨까 해서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블로그의 이름이 ‘소설쓰는 바리스 타’였어요.ㅎㅎ
Q. 13주년을 맞이하는 커피플레이스의 지난 시간이 담긴 일기를 다시 읽으며 어떤 생각이 드셨을지 궁금합니다. 커피플레이스의 열혈 팬으로서 전 감동, 슬 픔, 대견함, 애틋함, 귀여움, 놀람 등의 감정이 들었어요.
A. 음. 어떤 대목에선 울컥하기도 했고, 어떤 대목에서는 아 저건 아닌데 싶기 도 했어요. 애쓰고 살았던 흔적들을 보면 변하지 않았다는 안도감도 들었고요. 다만 커피는 꾸준히 발전해왔고 발전이란 부족한 과거를 딛고 이루어지는 것이 다보니 지금의 시점에서 아쉽게 보이는 대목도 있는 것이 당연한 것 같네요.
Q. 블로그 일기를 살펴보면서, 먼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버릇이 생겼다는 내용 의 글이 재밌었습니다. ‘내일 일정까지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 2014년의 대표님은 지금과 거의 비슷한 생활을 하시는 것 같아서요. 저 글만 읽으면 대표님은 현재의 상황에 최대한 몰입하는 사람으로 보이는데, 10년 전 에 쓴 글을 갑자기 들이미는 편집자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하셨을지도 궁금해지 네요.
A. 사실 별다른 이질감은 없었어요. 그때와 지금이 크게 다르지 않고, 더욱이 저에게 있어 현재란 커피이고 커피와 관련된 무엇이 아닐까 싶어요. 시간이 아 니라 대상인 것이죠. 그러니 10년 전이 먼 과거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편집 자님도 그걸 알고 들이미신(?) 것 아닌가요?
Q. 세 번째 ‘읽 프로젝트’는 [경주의 사랑]과 [거꾸로 눈사람]과는 다른 형식입 니다. 드립백 [커피플레이스의 텍스트]로 다시 만들어지는 블로그 일기는 지 금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A. 현재는 과거의 결과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과거의 글에는 과거의 선택이 있고 또 과거의 다짐이 있죠. 글쎄요. 커피플레이스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원래 좋아하면 더 알고 싶어지잖아요? 그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말입니다. 저희에게는 글쎄요. 자부심이 되어주지 않을까요. 우리가 지켜온 것들 또 우리가 추구해온 것들 말입니다. 우리가 어디에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 말해준다고 생각해요.
Q. [커피플레이스의 텍스트]는 커피플레이스를 좋아하는 분들이 주된 독자가 될 것 같은데, 이렇게 읽혔으면 좋겠다. 같은 바람이 있으신가요?
A. 상상을 하시면서 읽으시면 좋겠어요. 지금보다 많이 어설프고 허술하지만 아둥바둥하던 과거의 커피플레이스를 말입니다. 그리고 들어보시죠. 그 때의 저희가 하는 이야기를 말입니다.
Q. 이건 개인적으로 궁금한 질문입니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블로그는 계속 그렇게 두실 건가요? 아니면 언젠가 모든 글을 비공개할 예정이신지? 과거의 생각이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는 것이 불편하진 않으신지도 궁금하요.
A. 특별한 계획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곳에 그 시간들을 보관하고있 다고 생각해요. 비공개 계획을 따로 가지고 있지는 않고요, 누군가에게 그 글 을 읽혀 진다는 것은 아주 조금 부끄럽지만 또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서두에 말씀 드렸지만 원래는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작가란 타인에게 그가 쓴 글이 읽혀지는 존재죠. 더 많은 타인이 읽을 수록 좋은 일이고요.
Q 김연재(편집자)
A 정동욱